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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식

(현장에서)우리도 노인이 된다

2018-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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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취재처인 경기도청이 있는 수원 등을 오갈 때 역사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에 들르곤 한다. 이른 아침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음료 없이 햄버거만 단품으로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가진 돈이 넉넉지 않아 편의점에서 두 개를 구입하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컵라면만 구입하는 노인도 있었다.
 
한때는 청춘이었을 그들, 이젠 사회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책은 온통 출산율 저하와 청년 일자리 만들기 등 젊은층과 미래의 위기에 집중된 모습이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노인의 생계유지나 일자리 지원, 쉼터 마련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노인의 노동과 일자리'라는 영역은 고민스런 부분이기도 하다. 몇살까지를 노인으로 할 것이며, 이들의 노동은 얼마나 처우를 받아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달 29일 열린 ‘가동연한’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으며, 또 일해야 할까. 각자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노인이 현장에서 실제 맡을 수 있는 업종에는 한계가 있다. 노동 측면에서 접근하더라도 젊은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노인층이 기댈 자리는 넓지 않다. 하지만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사회의 모든 계층에게 눈길을 주는 포용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인들의 쉼'을 위한 지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연말·연초에 경로당을 찾는 정치인들에게는 이목이 집중되지만, 갈 곳이 마땅찮아 추운 공원을 배회하는 노인들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낮다. 젊은 시절을 가족들에게 헌납했지만, 늙어서 자녀에게 버림받은 노인들, 단지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나라의 보호에서 멀어진 노인 이야기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정도로 노인복지는 열악하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쇠약해지고 상대적으로 약자가 된다. 핵가족화 등으로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지만, 지금의 젊은 사람도 언젠가는 늙는다는 자연적 인과관계를 성찰해 볼 때다. 사회 속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각성해야 한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주저앉은 청년을 위해 지금까지 써왔던 백약이 무효라면, 그들의 미래인 노인들의 기를 북돋아 주는 것도 어찌보면 묘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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