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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속도에 심장판막증 덩달아 늘어

노화에 인한 퇴행성 질환 급증…전문의와 충분한 수술 상담 거쳐야

2018-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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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 60대 초반 남성 A씨는 정년을 맞이한 후 사회에서 물러나 가벼운 등산을 취미로 삼아 노후를 즐겨왔다. 덕분에 나이에 비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얼마 전부터 산을 오르기 위해 몇 발짝만 옮겨도 숨이 차고 쉽게 피곤해져 정상은커녕 둘레길 산책도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반복되는 증세에 대형병원을 찾은 그는 대동맥판막 협착증, 일명 '심장판막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심장판막증은 과거엔 선천적으로 심장 기형을 동반해 어릴 때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고령 사회에 접어들며 노화로 인한 퇴행성 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15800여명이었던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는 지난 20161만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66%70대 이상이다.
 
심장은 심장근육이 지속적으로 펌프운동을 하면서 피를 받아들이고 내보내기를 반복한다. 판막은 이 과정에서 피가 앞 방향으로만 흐를 수 있도록 하는 밸브 역할을 한다. 심장판막질환은 판막에 이상이 생기는 모든 병을 말하며, 크게 협착증과 폐쇄부전증 두가지로 나뉜다. 판막협착병은 판막 구멍이 좁아져 피가 시원하게 나가지 못하는 병이고, 판막폐쇄부전증은 피가 앞으로 나간 다음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거꾸로 역류하는 증상을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동반되는 선천적인 요인이 심장판막질환의 원인인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이같은 경우는 사실 드물다. 대다수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던 판막이 노화에 따라 후천적으로 해부학적 구조에 이상이 발생해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최근 다른 판막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평균 수명 증가로 퇴행성 변화에 의한 협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심장판막질환의 대표적 증상은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호흡곤란이다. 초기에는 운동을 하거나 계단을 많이 오를 때 증상이 나타나지만, 병이 악화될수록 앉거나 누워 있어도 숨이 가빠지게 된다. 판막질환이 오래 돼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면 아무런 신체 활동 없이도 가슴 두근거림이 생기기도 하며, 심한 경우 기침과 피가래 및 가슴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장판막질환의 경우 피가 역류하거나 판막이 좁아졌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약물치료를 우선으로 하며 경과를 관찰하고, 일상생활이 힘든 정도의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한다. 심장판막수술 방법은 크게 자신의 판막을 보존하는 판막성형수술과 인공판막으로 치환하는 판막치환수술로 나눌 수 있으며, 질병에 따라 수술 방법 선택에 차이가 있다. 수술에는 협착이 있는 부위를 절개해 피가 잘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판막성형술과 손상된 판막을 떼어내고 새로운 인공판막을 넣어주는 방법 등이 있다.
 
백만종 고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심장판막질환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판막 상태지만, 심장 판막에 조금 이상이 있다고 해서 걱정부터 할 일은 아니"라며 "심장수술 자체가 지니는 위험성 및 수술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함께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수술 시기의 선택이나 그 방법 선택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심장판막증은 과거 선천적으로 심장 기형을 동반해 어릴 때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지만, 최근 고령 사회에 접어들며 노화로 인한 퇴행성 심장판막 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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