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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현대차가 정말 망할까요?"

2018-12-12 18:02

조회수 : 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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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점심을 먹는데 누군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대차가 정말 망할까요?"

굉장히 진지하게 물어봤는데, 저는 "설마 현대차가 쉽게 망하겠어요."라고 대답했지만 그렇다고 자신감있게 "아니"라고는 못했습니다. 

최근 현대차는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 'G90',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선보였습니다. 멋있고 타보고 싶은 차는 G90이지만 현대차 입장에서는 팰리세이드에 더 기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전계약만 2만605대인데, 가격이 경쟁 모델인 쌍용차의 'G4 렉스턴'보다 낮고 '싼타페'와도 차이가 크지 않아 좋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 같습니다. 
 
현대차그룹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현대차가 미국에서 고전했던 이유 중 하나가 세단을 강조하다가 SUV 트렌드를 놓친 점인데, 올해 8월 싼타페, 이번 팰리세이드로 소형-중형-대형 SUV 라인업을 갖추게 됐습니다. 

11월 내수 누적 실적을 보니 현대차의 그랜저가 10만2682대, 싼타페가 9만8559대로 엄청난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데, 이 자료만 보면 현대차의 위기는 없는 듯 합니다. 그러나 내수보다 해외 실적이 훨씬 중요한데,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 현지 브랜드는 가성비로 압박하고 독일차와 일본차는 품질과 브랜드 파워로 앞서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수입차 판매가 증가하고 선호도가 높아지는 점도 현대차에는 악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팰리세이드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연간 기준 수입차 역대 판매는 2015년 24만3900대이고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디젤 게이트로 퇴출되면서 2016~2017년에는 22만5279대, 23만3088대로 다소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두 회사의 복귀와 더불어 수입차 인기가 높아져 11월까지 24만255대입니다. 2015년 기록은 물론 25만대, 아니 26만대도 넘을 것 같습니다. 

저는 현대차가 살아남으려면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가 성공해야 됩니다. 그런데 자료를 보니 올해 11월 기준 G80은 3만4614대, G70은 1만2826대, G90은 7570대입니다. 작년에는 12월까지 G80 3만9762대, G90은 1만2300대였습니다. G70은 작년 하반기 출시됐습니다. 
 
벤츠 E클래스 내부 모습. 사진/벤츠코리아

많다면 많다고 볼 수 있지만 G80의 경쟁 모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3만2281대(전년 동기 3만1190대), BMW 5시리즈는 2만2611대입니다. BMW의 경우 화재 사태에도 저 정도나 팔렸습니다. 

또한 저같이(?) 젊은 세대들은 제네시스 보다 벤츠, BMW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BMW 시리즈는 젊은 층이 좋아할만한 스포티한 느낌이 듭니다. 수입차 인기도가 높아지고 특히 젊은 세대들이 수입차 시장으로 유입된다면 현대차의 판매 확대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포르쉐 파나메라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는데, 명차가 주는 '감성'에 압도당하면서 왜 이 브랜드가 인기가 많은지를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하긴 5억원이 넘는 롤스로이스가 올해, 국내 진출 15년만에 세 자리수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부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런 감성의 영역은 현대차가 단시간에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BMW5 모습. 사진/BMW코리아

게다가 벤츠를 필두로 아우디, BMW, 렉서스 등등 글로벌 메이커들은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 및 미래차에 대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현대차가 쉽지 않은 환경에 놓였지만 앞으로는 더욱 힘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신토불이', '애국심' 이런건 이제 먹히지도 않습니다. 

현대차의 2015년 연간 영업이익은 6조3579억원, 2016년 5조1935억원, 2017년 4조5737억원, 올해는 2조8400억원 정도 추정됩니다. 매년 1조 정도 감소하고 있는데, 심각한 상황이죠. 자율주행차 등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모습을 보면 더욱 우려가 듭니다. 

현대차가 망할지 제가 예언(?)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내수에서도 편하게 팔 던 시절은 점점 끝나가고 있다,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렉서스 ES 300h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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