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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현장에서)'우리가 남이가'식 성범죄 감싸기

2019-0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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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치부 기자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평소 알고 지낸 가까운 사람에게 정이 가고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겨진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특정 개인·단체가 사고를 냈을 때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독립 심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 등장하는 단골메뉴 중 하나인 공직자들의 성희롱·성추행 등 ‘성비위’ 문제만 봐도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8월 사이 정부부처 공무원 대상 성비위 관련 징계 건수는 95건이었다. 기관 별로는 외교부(11건)가 가장 많았고 뒤이어 법무부(9건), 국토교통부(8건), 행정안전부(6건), 교육부(5건) 등의 순이었다.
 
인 의원은 이같은 문제를 키우는 이유를 ‘우리가 남이가’ 식 제식구 봐주기에서 찾는다. 비위 공무원 징계수위를 결정하는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가 관대한 처분을 내린다는 것이다. 각 부처에서 올린 징계 요구를 징계위가 심사 과정에서 낮춘 경우가 8건 중 1건 꼴이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 지하철에서 70여 차례 여성의 다리 등을 불법 촬영한 공무원에게 ‘감봉 2개월’ 같은 얼토당토않은 결정이 내려진다. 정직이 감봉으로, 감봉이 견책으로 바뀌는 와중에 피해자들만 벙어리 냉가슴이 된다. 4월부터 성범죄 공무원들을 공직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그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마음은 위로받을 길이 없다. 인 의원실 관계자는 “(독립 심의기구 구성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시스템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말로 들린다.
 
공직사회 뿐만이 아니다. 제 식구 감싸기는 사실 우리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교직원의 성희롱·성추행을 고발하는 이른바 ‘스쿨 미투’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공립 교원과 달리 사립학교 교원을 처벌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징계 권한이 학교법인에 있다보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문제해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관할 시도 교육청이 사립학교 교원 대상 해임 또는 징계요구를 할 경우,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따르도록 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징계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 기준을 '1000만원 이하 과태료'로 정하면서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궁극적으로 사립교원 대상 징계 기준을 국공립 교원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학교 징계위의 외부인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타당해보인다. 문제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는데 있다.
 
국내 스포츠계도 미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빙상계에 이어 전 유도선수도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며 피해 사실을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도 수습 대책을 내놓는 중이다. 다만 신고된 성폭력 사건의 1차 심의를 각 종목별 단체들이 주로 맡는 현행 시스템을 놔두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처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곳곳에서 독립 심의기구 구성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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