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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93년 생긴 포토라인, 개선 필요성 분명해"

"검·경·언론·학계 종합 논의해야"

2019-01-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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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최근 검찰 소환 장면이 언론에 실시간으로 보도되면서 '포토라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토라인을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 오래 전부터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변호사협회와 법조언론인클럽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 대회의실에서 '포토라인,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열고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서면을 통한 축사에서 "최근 우리 사회에서 수사 과정의 언론보도와 사건관계인의 인격권 침해에 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그리고 개인의 인격권 보호 사이에 조화로운 접점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포토라인은 국제적으로 볼 때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기원은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선거법 위반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했는데, 이 과정에서 취재진 카메라에 이마를 부딪혔던 것이다. 아연실색한 검찰과 기자단은 방지책 마련에 골몰한 끝에 바닥에 테이프를 'X' 또는 '△' 모양으로 만들어 붙여 출석 인물이 설 자리를 만들고, 그로부터 일정 거리를 떨어뜨려 좌우로 길게 선을 만들면서 취재진이 접근 못하도록 비공식 협정을 만든 것이 포토라인의 시초다. 이것이 명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관계자들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관행이 됐고, 사회부, 특히 법조계 뉴스 사진의 전형으로 굳어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들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토론에서는 포토라인의 정당성을 두고 찬반이 갈렸다. 반대의견을 낸 송해연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원래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를 촬영하고 보도하는 자체는 피의자의 개인적 권리와 언론의 자유 측면의 문제지만, 이 제도가 검찰에 의해 공식화되면서 단순히 피의자와 언론 문제가 아니라 수사기관과 피의자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검찰은 수사공보준칙으로 포토라인 관련 자체 규정을 두고 있다.
 
포토라인이 설치되는 지점도 검찰청 내에 위치한 청사 입구다. 또 언론이 피의자의 출두 날짜와 시간을 알고 대기할 수 있는 것도 검찰 측에서 소환일정을 사전에 알려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포토라인이 청사 좌측을 향해 그어지는 것도 준칙에 의한 것이다. 검찰은 공인인 중요 피의자 등이 출석할 경우 안전과 보안상 등의 이유로 제한적이나마 상주 기자들에게 귀띔해준다.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15일 열린 토론회 '포토라인, 이대로 좋은가'에서 김영욱 카이스트 연구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형준 방송기자협회장, 송해연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김영욱 카이스트 연구교수, 김창룡 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후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이두걸 서울신문 논설위원. 사진/뉴시스
 
송 변호사는 반대 근거로 '촬영허용행위는 언론보도의 실감성 외에 어떤 공익적 효과도 없는 반면, 피의자는 인격권에 중대한 제한을 받고 범인으로 낙인찍히는 데다 그 파급성이 커 법 균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유사 사건에 대해 내린 헌재의 위헌 결정을 들었다. 또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사람은 혐의 사실 조사 단계에 불과한 피의자인데 언론의 혐의사실 공개로 인해 대중으로부터 유죄 심증을 받게 되는 데서 헌법상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 원칙'과 형사소송법상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안형준 방송기자협회장은 "권력형 비리와 유명인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면서 "인권과 초상권에 대한 인식이 전환될 때까지 제도 변경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두걸 서울신문 논설위원도 "공개 소환과 비공개 소환 등 검찰 수사가 엄밀한 잣대 없이 이뤄지는 경우도 아직 있고, 포토라인의 수사 감시 효과도 외면할 수 없다"면서 "압축성장에 따라 권력형 비리나 기업 거대범죄가 많은 한국 상황을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14일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포토라인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공감했다. 김후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초상권 보호를 위한 보완점으로 비공개 소환 원칙을 준수하고, 포토라인에 서는 것에 대한 피의자의 동의 의사를 실질화하며, 수갑을 찬 모습 등 신병 관련 장면에 대해 적극적으로 초상권을 보호할 것을 제안했다. 자율적 논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언론의 취재 관행에 대해서도, "법조 출입기자 중 2/3가 검찰 취재에 집중해 법원의 판결보다는 검찰의 수사과정 보도에 집중하는 관행에서 언론 취재의 중심이 이동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또 포토라인에 대한 찬반 논거가 되는 '공인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개인의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개념을 보다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이견이 없었다. 검찰과 경찰, 언론과 학계 등 관계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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