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전보규

(자본시장 이야기)파생상품시장, 규제 완화로 세계 1위 탈환할까?

2019-02-01 10:25

조회수 : 3,45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지금으로부터 10년 정도 전인 2001~2011년까지 한국의 파생상품 시장은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1위였습니다.

일반적인 주식을 사고파는 현물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수익이 가능한 시장이라 개인의 거래가 몰린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자본력이나 정보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인들은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았고 지나친 한탕주의에 대한 우려가 지속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풋옵션을 통해 큰돈을 벌기 위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을 일으키는 사례 등이 나타나면서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해졌습니다. 풋옵션은 주가가 하락하면 돈을 벌 수 있는데 그 폭이 클수록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더 많습니다.

금융위원회는 2011년 말 투기성 거래를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거래 단위인 승수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렸고 수천만원의 기본예탁금을 내야 파생상품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사전교육 30시간, 모의거래 50시간까지 거쳐야만 참여가 가능했습니다.

수천만원을 내고 80시간을 투자해야 일종의 자격증을 얻게 되고 투자의 기본단위가 전보다 5배 높아지니 개인의 시장 참여가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수많은 기자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식이 될 수 있다', '파생상품시장이 죽으면 헤지 기능까지 약화돼 오히려 역효과가 더 클 수 있다'와 같은 우려를 쏟아냈지만 담당자가 '고사해도 할 수 없다'란 말을 할 정도로 당국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규제의 영향으로 주가지수 선물 거래 하루 평균 계약금액은 2011년 45조원에서 2012년 32조원으로 줄었고 2015년에는 20조원 밑으로 떨어지는 등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최근 들어 금융당국의 태도가 규제를 내놓을 때와는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한국거래소는 개인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파생상품을 다양화해 다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진입 규제 완화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것은 금융당국과 어느 정도 협의가 진행됐다는 의미입니다. 아직 세부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개인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면 파생상품시장은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든 금융상품은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 왜곡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 다양한 거래가 아우러져야 한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개인투자자의 부활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 전보규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