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전보규

(자본시장 이야기)한진그룹의 변화, 의지보다 중요한 실천

2019-02-14 15:09

조회수 : 2,801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뉴시스


한진그룹이 그룹 전체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발전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행동주의펀드 KCGI의 주주제안과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의지에 대한 반응입니다.

한진그룹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 주주 중시 정책 확대, 사업구조 선진화 등을 방안으로 내놨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사외이사 비율을 사내이사보다 높이고 배당 성향을 확대하는 한편 유휴자산 매각으로 재무건전성을 제고하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범죄를 저질렀거나 평판을 실추시킨 임원 선임을 금지하는 등 현 경영진의 활동을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빼고 KCGI의 제안을 일부 수용한 것입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한진그룹의 이번 발표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변화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합니다. 남양유업처럼 변화를 외면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한진그룹이 내놓은 방안이 KCGI의 제안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이 나오는 것은 아직은 가야 할 길이 훨씬 멀다는 말입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한진그룹은 지배구조 개선 등 변화의 길에 들어서겠다는 뜻을 밝혔을 뿐 아직 첫걸음도 떼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한진그룹이 어떻게 실천하는지를 관심 있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새로운 사외이사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측근이나 거수기 역할이나 할 인물을 고르거나 배당을 크게 늘릴 만큼 돈을 벌지 못하면 지금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KCGI의 제안에 대한 반응을 예상보다 빨리 내놓은 것은 경영진이 지금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미뤄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의미로 이해되는 동시에 주주들의 반감을 줄여 주주총회에서의 우군을 늘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변화를 선언한 것은 반갑지만 한진그룹을 그만큼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뜻입니다.

얼마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백종원씨가 소위 '문제아' 이미지를 드러내면서 비호감을 샀던 한 식당 주인을 "모두가 안된다고 하는 데 한번 보여주고 싶지 않냐"고 다그친 적이 있습니다. X 팔리지 말자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다그침을 당한 식당 주인은 개과천선한 모습으로 착실하게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한진그룹도 문제 기업이란 이미지를 벗고 구성원들과 주주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그리고 외부에서도 신뢰가 가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 전보규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