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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대한 잡설

결국 '탑다운' 방식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

2019-03-26 11:54

조회수 :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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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외교학에는 ‘양면게임이론’이라는 이론이 있다. 국가간 협상과정을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국가간 협상에는 두 가지 측면이 영향을 미친다. 국가를 대표하는 이들의 상호작용이 있고, 그 대표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움직이는 국내외 영향력이 있다. 이 두 가지 측면이 동시작용하면서 협상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보자.
 
최대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있고, 그 중간에 한국이 있다. 그걸 바라보며 영향을 미치려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도 있다.
 
북한 김정은은 경제발전과 개혁개방 의지가 있다. 그리고 그를 위한 비핵화가 일정 필요하다는 점도 이해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막상 비핵화는 쉽지 않다. 당장 북한 내부 반발부터 격렬하다. 북한 입장에서 핵개발은 선대가 북한주민이 무더기로 굶어 죽어나가던 ‘고난의 행군’을 버티면서 고수한 성과다.
 
그걸 헌신짝 버리듯 포기하면 당장 정권의 정당성이 흔들린다. 이런 식으로 포기할꺼면 당시 북한 주민들은 왜 굶어죽어야 했냐는 내부반발이 터져나온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는 것이 최고지만 포기한다면 최대한의 보상을 받고 포기해야한다. 또 포기를 한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포장할 필요성이 있다.
 
미국 트럼프는 명예를 원한다. 자기의 이름이 역사에 남는 걸 원한다. 노벨상을 원한다. 그래서 북한 비핵화 해결을 원한다. 다만 현상유지를 원하는 국내 정치상황이 문제다. 지난번 ‘하노이 노딜’을 복기해보자. 평소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정치세력이 한 목소리로 ‘배드딜보다 노딜이 좋다’라고 칭찬하지 않았나.
 
왜냐? 미국의 기성 정치권은 중국-러시아 견제차원에서라도 동북아의 불안요소인 북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있기에 미군의 아시아-태평양지역 개입이 정당성을 얻는다. 주한미군, 주일미군 배치는 물론 군산복합체의 거대한 밥줄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북한이라는 불량국가는 필요악이다. 배트맨은 조커라는 악이 있기에 영웅으로 있을 수 있다. 조커가 없다면 배트맨은 실정법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날뛰는 위험인물에 불과하다.
 
한국의 문재인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 비핵화는 분명 중요하지만 최종목표는 어디까지나 한반도 평화다. 북한이 정상국가가 돼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 남북 경협 등으로 한반도 경제번영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현 상황에서 김정은정권이 무너질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는 것 같다. 일부의 주장대로 최대압박으로 김정은정권을 붕괴시킨다면 바로 북한에 구세주가 등장해 민주국가가 되고 통일도 일사천리로 이뤄질까? 지역 군벌이 등장하고 극심한 내부혼란을 거쳐 결국 중국의 ‘동북4성’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통일은 어느 정도 수준이 비슷한 상황에서나 가능하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앞선 상황에서 합쳐지는 것은 거대한 혼돈만 초래할 뿐이다. 감당하지 못할 무게를 짊어지면 고꾸라지기 십상이다. 
 
우리도 국내정치상황이 문제다. 부자와 빈자가 협력사업을 한다면 여유가 있는 부자가 일정부분 더 많이 내고 투자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퍼주기’로 매도하고 부정적인 여론을 확대재생산하는 세력이 있다. 친일을 반공으로 전환해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차지하고 주물렀던 이들이다. 이 세력은 ‘미국의 현상유지파’와 연결돼 자신의 논리와 주장을 더 강화한다. 문재인정부가 과감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대목도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소위 ‘탑다운’ 협상이 중요하다. 내외부요인이 ‘한반도 현상유지’를 강하게 원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현상타파’를 하려는 각국 정상들이 더 강한 힘과 의지로 협상을 이끌어가야 한다. 이는 북한의 김정은, 미국의 트럼프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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