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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kjb517@etomato.com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현장의 목소리

2019-03-26 16:46

조회수 :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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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관계자로도 나가면 안될 듯해요. 이쪽 일이 뻔하잖아요. 제 의견만 들어도 누군지 알기 쉽기도 하고. 에휴~”
 
불과 한 시간 전 한 영화계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영화 쪽 관계자라고 해봐야 제작-배급-투자-홍보-감독-배우 등에 한정돼 있습니다. 인력풀 자체가 굉장히 협소하고 조금 삐뚤어지게 바라보면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때문에 신진 인력이 진입하기도 사실 굉장히 까다로운 업계 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능력치에 대해 투자나 제작 기회가 주어질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얼마 전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보자 지명 반대에 대한 반독과점 영화대책위원회 관련 글을 올리면서 제 의견을 이 공간에 밝힌 바 있습니다.
 
오늘 인사청문회에서 박양우 후보자는 예상 했던 대로 도식적인 해명과 답변만 늘어놓았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대기업(CJ ENM) 사외이사로 거수기 역할을 해왔단 점영화계 관련 단체장 재임 기간 동안 CJ ENM 등 대기업에게 유리한 환경 조성에 앞장서 왔단 점 대기업의 영화 산업 수직계열화와 스크린 독과점 철폐에 미온적 태도를 가진 인물 이란 점 등에 대해선 사실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반면 그의 자녀들에 대한 증여 탈세, 논문 표절 의혹 등은 집중적으로 파고 드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양후 후보자는 영화계 시선에 대해선 신경 써서 잘 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으로만 해명했습니다.
 
오늘 만난 이 관계자는 현장과 실무 괴리감으로 박양후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에 자신만의 의견을 더했습니다. 여러 영화인들이 주축이 된 단체들은 그를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상생 논리에 어긋난다는 것과 함께 대기업이 주도하는 시장 질서가 한 쪽으로만 너무 치우는 것은 결국 다양성 논리에 어긋난단 것입니다. 오늘 만난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해 보겠습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사진/뉴시스
 
 
스크린 독과점? 극장에 가면 사실 한 두 편의 잘 팔리는 영화로 멀티플렉스가 도배가 됩니다. 그래서 관객들의 다양한 취사 선택을 방해한다고요? 차라리 영화 단체에선 스크린 쿼터(상영 및 점유율) 논의 요구나 다양성 영화관 설립에 대한 혜택 확대 등을 더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무작정 대기업 편을 드는 인사라서 반대다? 시장 논리 자체를 완벽하게 부정하는 행위 아닙니까. 잘 팔리는 상품이 있는대도 소비자에게 이것도 봐야 한다라고 강요하는 것이 상생인가요?”
 
지난 겨울 시즌 극장가의 한국영화 공멸 사태를 보셨잖아요. 100억대 대작 영화가 한 번에 쏟아지면서 결국 그 영화들이 모두 철저하게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이번 3월에도 마찬가지잖아요. ‘우상’ ‘악질경찰’ ‘세 편이 비수기에 한 번에 몰렸어요. 상생을 논하는 한국영화 관계자들이 결과적으론 자기들도 밥그릇 내놓기 싫다고 이런 짓을 하고 있어요. 배급사가 전적으로 배급 시기를 정한다고요? 제작사에는 힘이 없다고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 영화인이 있나요?”
 
진짜는 대기업의 거수기 노릇을 하던 인물이라 반대를 하는 게 아니라, 영화인들 자체가 지금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어요. 한국영화계 위기? 시장은 모른다고 하지만 실무 입장에선 정말 엄청난 위기라고 느껴지고 있어요. 올해 개봉해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작품들의 성향만 분석해 봐도 아실 수 있어요. 다양성? 상생? 스크린 독과점? 대기업 수직계열화? 사실 다 필요 없거든요.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 니즈 자체에 대한 파악 조차 현장에선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걸 파악해서 투자쪽을 설득하고 시장의 색깔을 바꿔 나가야 하는 게 먼저 아닌가요? 3라운드 뛸 체력도 안되는 아마추어 선수에게 12라운드 세계 타이틀 매치에 올라가라고 떠미는 형국이잖아요.”
 
이 관계자의 말, 전체를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전부를 반론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지금 영화계에서 가장 문제는 제 시각으로도 대기업 수직 계열화 철폐-스크린 독과점이 아닙니다. 관객들을 만족시킬 새로운 콘텐츠(소재) 개발과 발굴 그리고 영화계 밑바닥의 체질 개선이 먼저 인 것 같습니다. 현장 스태프의 권익 보호도 우선돼야죠. 하지만 진짜는 앞선 대전제를 받아 들일 수 있는 체력을 먼저 길러놔야 하는 것이 먼저 같습니다.
 
박양우 후보자가 무사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대기업의 시장 논리를 조금이라도 체험한 분이라면, 현장의 목소리에도 오늘 발언처럼 경청을 할 생각과 자세가 갖춰져 있는 분이라면 꼭 기억해야 할 또 다른 현장의 목소리였습니다.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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