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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토마토칼럼)검찰의 위험한 '균형 잡기'

2019-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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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인가?"
 
자유한국당이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대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동부지검으로 재배당 했을 때, 법조계에서는 이런 의문이 돌았다. 자유한국당 고발 내용은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말을 빌린 것이었고,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를 지휘하는 검사는 주진우 부장검사였기 때문이다. 
 
주 부장은 김 전 수사관과 인연이 없지 않다. 그가 2014년 2월~2017년 2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기 전 이미 민정수석실 산하 특감반에는 김 전 수사관이 근무하고 있었다. 김 전 수사관은 이명박 정부 이어 박근혜 정부가 시작된 2013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 특감반에서 근무했다. 두 사람의 근무기간이 겹치는 기간은 두 달이다. 민정수석실 근무인원은 검찰·경찰·국세청 등 직역별 파견인원을 다 모아서 80~90명이다. 같은 청에서 온 사람은 대략 5~6명 수준이다.
 
두 사람 관계에 대한 의문을 던지자 한 검찰 간부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근무하는 사람이 100명 가까이 된다. 근무기간 두달 겹친다고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청와대 특감반에서 근무했던 검찰 출신의 또 다른 인사는 "모를 리가 없다. 전국에서 뽑힌 소수 엘리트들로서 동질감이 짙고, 이들 중 십중팔구는 그 후에도 모임을 갖는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다른 청와대 근무자 출신 인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두 사람 인연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까지 연결된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된 뒤 2015년 민정수석으로 승진해 2016년 박근혜 정부 말기까지 근무했다. 주 부장이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한 기간이 2014년 2월~2017년 2월이니, 거의 3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것이다. 이 두사람이 특수관계임을 부정하는 것이 더 어렵다. 김 전 수사관과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실에서 함께 근무한 적은 없지만, 대검 범정에서 근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당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을 '환경부 블랙리스트'라고 이름 붙이면서 국정농단 당시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같은 선상에 올렸다. 그래도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 수사가  전 정부 청와대 출신 검사의 수사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의문은 짙어졌다. 법원도 같은 심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 “일괄사직서 청구 및 표적감사 관련행위는,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되었던 사정 등에 비춰보면, 이 부분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고인에게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환경부 의혹'이 국정농단 당시 ‘블랙리스트’ 사건의 성격이 아님에도 검찰이 같은 사건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주 부장과 그의 특수한 사정을 알면서도 수사를 지시한 검찰은, 국정농단 수사의 엄혹함과 촛불정부 때에 와서 문제된 ‘정무적 관행’ 사이에서, 역대 정부간 '의도적 균형잡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기자만의 과한 상상일까.
 
최기철 사회부장(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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