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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의인'을 만났습니다…CJ대한통운 택배기사 한용남씨

2019-04-17 16:38

조회수 : 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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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750분경 서울역 근처 식당에 닭도리탕을 먹으러 가던 길에 의인을 만났습니다.
 
횡단보도 앞 신호등을 기다리던 중 옆에 있던 재활용 폐기물통 안에서 불이 붙은 건데요. 소방서에 신고하려고보니 먼저 발견한 대학생 커플이 이미 신고를 했다고 했습니다.
 
폐기물통 안으로 빨간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게 보였고 연기도 많이 났습니다. 바로 옆으로 오토바이가 멈춰 설 때마다,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요. 단순히 불씨가 남아있는 담배꽁초로 인한 작은 화재일 수도 있지만, 최근 갖가지 사건사고 기사들을 접하던 탓에 걱정이 돼 길을 건너서도 계속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조금 뒤 한 택배 차량이 폐기물통 앞에 멈춰 섰습니다. 차량 안에서 이것저것 꺼내 큰 불길을 잡는가 싶더니 횡단보도를 급히 건너와 식당에서 흰 플라스틱 양동이에 물을 길어다 추가 진화작업을 했습니다. 식당 아주머니도 적극 도와주셨고 그렇게 세 네 번 가량 반복하니 불이 완전히 꺼졌습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CJ대한통운 택배기사 한용남(29). 차량을 운전하고 지나가다 연기가 너무 많이 나 위험하겠다 싶어 길을 돌려 왔다고 했습니다. 상황을 지켜본 주변 사람들 일부는 박수를 치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폐기물통 화재를 진화한 CJ 대한통운 택배 기사 한용남씨.
 
화재가 진화된 뒤에도 대학생 커플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소방서에 신고를 했는데 아직 소방관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경찰에 신고를 한 건 759 무렵, 신고 확인 문자를 받은 건 8시 정각, 신고가 소방서로 넘어갔다는 문자를 받은 건 82, 한 씨가 화재를 완전히 진화한 건 812이었지만, 소방대원 두 분은 820이 돼서야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화재를 최초 신고한 대학생 커플.
 
출동한 서울중부소방서 회현119안전센터 관계자는 신고자 위치가 약현성당으로 찍혀 거기서 헤매다가 신부님이 여기라고 알려줘서 이쪽으로 오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위치가 도로 가운데이다 보니 최초 신고한 대학생 커플이 정확한 위치 설명이 어려웠는데, 위치 추적 시스템도 현장에서 300~500미터 가량 떨어진 약현성당으로 엉뚱하게 안내를 했던 것이죠.
 
이 관계자는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끄고 버려야 하는데, 그러질 않아서 종종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잠시 뒤 소방차도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인근 파출소에서 나온 경찰관 한 분도 사고를 체크하고 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 씨가 진화작업을 하던 중 지나가던 순찰차 한 대가 건너편에 차를 세웠습니다. 당시엔 아무도 내리진 않았고 30~1분여 정도 멈춰서 차량 안에서 현장을 지켜보는가 싶더니 그냥 지나갔습니다.
 
 
화재가 완전히 진화된 뒤 폐기물통(오른쪽) 모습. 한 씨가 진화작업을 위해 양동이로 길어다 부은 물로 인해 바닥이 젖어 있다.
 
의인을 만나 다행이었습니다악의적 고의 방화가 아닌 흔한 담배꽁초 화재라서 다행이었습니다그렇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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