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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동맹 흔들린다?

간단한 1문1답으로 정리해 봤다.

2019-08-28 17:46

조회수 : 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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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한미동맹이 흔들린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 같다. 반면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 간의 문제로 한미동맹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반박도 있는데, 어떻게 봐야할까.
 
우선 지소미아가 무엇인지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GSOMIA의 사전적 의미는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으로 한국은 전 세계 30여개국과 군사비밀정보보호에 관한 협정 또는 약정을 맺고 있습니다. 정부는 다음달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태국 방문을 계기로 한-태국 지소미아 체결을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 언론에서 거론되는 지소미아는 한국과 일본의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으로, 주요 대상은 북한 핵과 미사일 정보 공유였습니다. 지난 2016년 11월23일 체결돼 올해 11월22일 만료될 예정입니다. 일본이 자국 안보를 이유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한국을 믿을 수 없는 국가로 매도하고 있는데, 우리가 안보상황과 직결된 군사정보를 일본과 공유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입니다.
 
2. 다른 나라들과도 체결하는 협정이고, 체결된지 얼마 안 된 협정인데, 이게 왜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가 된 것인가?
 
한미일 3각협력의 상징적인 축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동북아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선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있지만, 한일동맹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일의 군사적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 바로 한일 지소미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소미아는 해방 및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한일 양국이 맺은 첫 번째 군사협정입니다. 그런데 사실 한국 입장에서 일본과의 군사협력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분들이 생존해있고, 일본은 당시의 과오를 참회하기는커녕 군사대국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지소미아는 2012년 이명박 정부때도 추진됐지만 '밀실 협상' 논란이 일면서 협정 서명 직전에 무산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2016년 11월 박근혜정부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정국이 혼란하던 시기에 밀어붙여 협상재개 27일 만에 체결했습니다.
 
3. 그럼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것이 사실인가?
 
각자의 시각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진영에서는 지소미아 폐기가 문재인정부의 중대한 전략적 실수로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안보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한미동맹에도 큰 악 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상징적 장치에 균열이 생긴 점에 대해선 동의하면서도, 한미동맹의 근간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소미아 종료는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한 우리 정부의 원칙적 대응이자, 일본의 횡포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일종의 경고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청와대 측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결국은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이 자국의 이득을 최우선에 두고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입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각국은 각자 나라의 입장에 따라서 어떤 사안에 대해서 결정을 하고 판단을 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최우선에 두고 이러한 사안들을 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동맹과는 무관한 한일 간의 관계에서 검토되었던 상황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한미 간의 연합대비태세는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4. 그럼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 반응은 어떤가?
 
미국은 연일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갱신을 보류한 것에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현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가 아닌 '문재인 정부'(Moon administration)라고 콕 집어 언급한 것이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24일 성명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종료 결정을 내린 문 대통령의 결정을 매우 걱정스럽게(concerned) 바라보고 있다"고 했고, 미 국무부의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깊이 실망하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한국 방어를 더 복잡하게 하고 미군 병력에 대한 위협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고위 당국자도 2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가 (동북아) 지역에서의 중국 입장을 강화하거나 적어도 동맹 구조를 덜 위협적으로 만든다”면서 “지소미아가 11월 종료되기 전에 한국이 생각이 바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5.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실망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는 보도도 있다.
 
문제의 보도는 일본 극우 성향 매체 산케이신문의 보도입니다. 산케이는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G7 정상회의 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아베 신조 총리에게 “한국의 태도는 심각하다”, “현명하지 않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합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도 지난 24일 G7 정상들의 저녁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 대해 “신용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일본 매체 보도의 특성은 출처가 불분명하고 확인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입니다. 여기에 이들 언론이 아베 정권과 상당히 가까운 관계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회의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나의 매우 좋은 친구다.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G7에서 한국에 실망감을 드러낸 일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6. 그럼 미국은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특히 내년 이후 적용될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 규모를 정하는 한미 제11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 이르면 다음 달 중순 시작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차 SMA 협상이 체결된 직후부터 "한국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고, 지난달과 이달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각각 방한한 이후 '6조원'(약 50억 달러)의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올해 한국이 부담한 방위비분담금(1조389억원)의 5~6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 도전에 나서는데, 동맹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은 그가 내세우는 주요 치적 중 하나입니다. 결국 내년 재선을 위해선 한국에 상당한 수준의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동맹이 위태로울 수도 있으니 방위비를 더 내라’는 논리로 보입니다.
 
방위비분담금 이외에도 미국이 한국에게 요구하고 싶은 일은 많습니다.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 참여, 남중국해 갈등, 미사일방어(MD) 체계,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등으로, 정치 외교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실제 이상으로 과장해 평가하고 있는 것 아닌지 생각됩니다.
 
결론을 내린다면 체결된 지 만3년도 안된 한일 지소미아의 종결로 한미일 협력구도가 흔들릴 수는 있지만,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 피로 맺어진, 70여년 가까이 이어진 한미동맹이 크게 흔들린다는 것은 좀 과장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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