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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SK이노베이션 압수수색…LG화학, 지난 5월 형사고소

경력직 채용과정서 영업비밀 요구·전직자가 동료에게 동반이직 권유 정황

2019-09-1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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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경찰이 17일 SK이노베이션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LG화학이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자사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을 지난 5월 형사고소한 데 따른 수사다.
 
LG화학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5월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SK이노베이션 및 인사담당 직원 등을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고소하고 수사 의뢰했다"면서 "이번 압수수색은 경찰에서 경쟁사 관련 구체적이고 상당한 범죄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한 결과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고 그에 대해 검찰 및 법원에서도 압수수색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산업기술유출수사팀은 이날 오전 11시쯤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본사와 대전 대덕기술원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LG화학이 공개한 SK이노 측 혐의 정황에 따르면, 영업비밀 유출은 채용절차 과정에서 이뤄졌다. SK 측은 자사에 경력직으로 지원한 LG 측 출신 배터리 인력에 대해 수행했던 연구 프로젝트명과 참여 인원 이름, 프로젝트 리더 이름, 성취도 등 구체적인 정보를 작성하도록 구성한 이력서 양식을 채우도록 요구했다.
 
면접 과정에서는 LG화학의 세부 기술 내용이 기재된 발표자료를 면접 전까지 제출토록 하고, 자료를 토대로 지원자가 수행한 주요 프로젝트 상세 내용을 발표하게 하며, 자사 해당 분야 전문인력들을 면접관으로 투입해 지원자 발표에 대한 질의응답도 진행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오른쪽)이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과 관련해 첫 회동을 가진 지 하루 만인 17일 LG화학이 제기한 형사고소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SK이노베이션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진/각사
 
겉으로는 채용면접 형식을 취했으나 사실은 영업비밀 탈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절차의 일환으로 '비정상적인 채용행위'였다는 게 LG화학 측 주장이다. LG화학 측은 "입사지원자들은 채용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노골적인 영업비밀 요구를 인식하고 LG화학 배터리 제조 기술의 최적조건과 설비사진 등을 상세히 기재하고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수 백여 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열람해 다운로드 및 프린트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또 "LG화학 출신 지원자들에 한해 별도로 SK그룹이 운영하는 W호텔에서 면접을 진행하는 등 보안을 유지하기도 하고, 주로 저녁이나 주말에 면접을 진행해 지원자들이 휴가를 내지 않고 몰래 면접을 볼 수  있도록 관리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사내 메신저 대화 중엔 전직자가 동료에게 동반이직을 권유한 정황도 나왔다. 전직자 A씨는 이직 전 사내메신저를 통해 동료에게 "나랑 (SK이노베이션) 선행개발에 가서 여기 적용된 거 소개시켜주면서 2~3년 꿀 빨다가"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재직자들은 A씨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언급하며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서 하는 거 다 따라 하려고 하는데"라고 하기도 했다. 전직자들은 전직 후에도 동료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해 LG화학의 구체적인 기술내용에 대해 질문을 시도하기도 했다. 
 
LG화학 관계자는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채용절차를 통해 선발한 인원을 해당 직무 분야에 직접 투입해 관련 정보를 2차전지 개발 및 수주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수사를 통해 경쟁사의 위법한 불공정행위가 명백히 밝혀져 업계에서 사라지는 계기가 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가 배터리 산업 격쟁력이 더욱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지속된 양사의 영업비밀 유출 갈등은 최근 법적 분쟁으로 비화했다. LG화학은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SK 이노 측에 채용절차 중단 등을 요청하고,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LG화학은 그럼에도 "경쟁사의 도를 넘은 인력 빼가기(불과 2년만에 100명에 가까운 인력) 과정에서 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이 다량 유출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미국 ITC 등에 '영업비밀침해'로 제소한 데 이어 회사 및 인사담당 직원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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