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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사장, 한국 떠나라”…살벌했던 한국지엠 부평공장

2019-09-2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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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랫만에 한국지엠 부평공장에 갔습니다. 노조가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지엠 노사는 올해 대립을 이뤄왔습니다. 일단 교섭장소를 두고 두 달을 싸웠고 대화를 겨우 했지만 평행선만 달렸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신뢰의 부재’ 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니, 요구 수준만 높아지고 양보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이어졌다는 생각이 올해 계속 들었습니다. 사측은 회사가 어려운데 요구안이 과도하가도 생각했을테고 노조는 회사가 언제 철수할 지 모르니 지금 현재 뭐라도 얻어야 하는 거죠. 
 
사진/김재홍 기자

공장에 들어서니 참 살벌했습니다. 투쟁의 흔적이 느껴지는 텐트들의 모습, 게다가 카허 카젬 한국 떠나라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 유인물 등이 보였습니다. 건물 외벽과 유리에 붙은 유인물에서는 과거 ‘MB OUT’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생존의 터전을 잃을 수 있기에 분위기는 무서웠고 기자회견에서도 격정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노조의 주장 중 하나는 회사가 어렵다면서 조합원들의 임금은 그대로이고 희생을 강요하는데 팀장급은 성과급 잔치를 했고 회사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2022년 이후 부평2공장의 물량 계획이 없고, 이미 작년 군산공장 폐쇄가 있었기에 더더욱 대립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진/김재홍 기자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노조에서 수입차 ‘불매운동’을 안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입차라고 해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이런건 아니고 GM(제너럴모터스)에서 들여오는 물량을 의미합니다. 트래버스, 콜로라도를 비롯해 이쿼녹스, 카마로, 임팔라, 볼트EV 등이죠. 

아무리 사측에 화가 나도 회사 신뢰도와 영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명분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는 ‘악수’ 이기도 했습니다. 노조도 비판을 수용했는지 이 점에서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마 이를 고수했으면 여론의 지지는 커녕 외면을 당했을 것입니다. 

자동차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고 실제로 다가오는 거 같아 마음이 무거운 그런 하루였습니다.  
 
사진/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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