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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배가본드'와 설리, '노출'로 인한 말말말

2019-09-30 17:49

조회수 : 3,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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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배가본드' 포스터-설리. 사진/SBS-뉴시스
 
지난 주말,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두 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와 연기자 설리입니다. 이 두 키워드의 공통점은, 바로 '노출'입니다. 하지만 이 두 이슈를 같은 논란으로 묶기에는 명백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먼저 '배가본드, 제작 단계부터 엄청난 관심을 얻었던 기대작이었습니다. 제작비 250억, 이승기와 수지의 라인업이라는 것부터 어마어마했고요. 유인식 감독과 장영철-정경순 작가는 작품의 퀄리티를 장담하게 해주는 '보증수표'와도 같았습니다.
 
'배가본드'는 첩보 액션 드라마로,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한 남자가 은폐된 진실 속에서 찾아낸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치게 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사전제작 드라마인만큼 큰 공을 들였고, 세계적인 OTT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동시 수출됐죠.
 
'배가본드' 방송 캡처. 사진/SBS
 
하지만 첫 방송부터 '배가본드'는 삐걱거렸습니다. 바로 성매매 장면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극중 제시카 리는 전투기 사업의 사업권을 얻기 위해 국방부 장관의 심복들에게 여성 접대부를 들였습니다. 여기서 접대부들은 한복을 입고 나와 옷고름을 푸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그 다음 장면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상반신을 탈의한 채 음주가무를 즐기는 남성과, 아예 전신이 모자이크 처리된 알몸의 여성들이 나왔습니다. '배가본드'는 저녁 10시에 방송되며, 15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과연 이 장면,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 문제가 없을까요?
 
실제로 방송 이후 '배가본드' 시청자 게시판엔 수많은 게시물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배가본드' 제작진은 성접대 장면에 대해 사과하고 수정해달라"는 입장이 대부분이었죠. 특히나 지상파 방송이라는 점, 15세 관람가임에도 너무나도 자극적인 장면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참고로 이 장면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연출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난 2015년 한국형 전투기 사업(KFX)에 참여했던 몇몇 로비스트들이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은 물론 성상납까지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중에는 연예인과 모델까지 포함돼 있었죠.
 
대중문화에 몸을 담구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매 작품을 만들 때마다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방송되는 플랫폼이 어디인지, 시간대는 언제인지, 연령대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등을 고려해서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15세관람가로 시청층을 확정 지었다면 작품의 기준을 '15살 청소년'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물론 영화의 경우 훨씬 수위가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15세 이하의 연령층도 언제든지 TV만 있다면 어른들의 제지없이 관람할 수 있다는 게 관건입니다. 시청률을 잡기 위해 과도한 노출 장면을 넣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그다지 좋은 수는 되지 않습니다.
 
설리. 사진/JTBC2 '악플의 밤' 방송 캡처
 
하지만 설리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사고'에 가까운 일입니다. 설리는 지난 28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집에서 편안한 슬립셔츠를 입고 외출 준비를 하려는 듯 머리 손질에 한창이었는데요.
 
이때 설리가 손을 들어올릴 때마다 옷이 벌어지면서 신체 일부가 드러났습니다. 물론 실제 방송을 보면 문제의 장면은 그다지 길지 않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였습니다. 설리 또한 고의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논란은 다음날 발생했습니다. 방송을 뒤늦게 본 네티즌들과 언론에서 설리의 방송 화면을 캡쳐해 퍼트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캡쳐된 사진만 본 네티즌들은 설리의 행동을 지적하기 시작했고, 설리를 옹호하는 반박글도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월요일 오전까지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는 설리의 이름이 있었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설리의 노출이 잘못된 것인지, 이것을 퍼다 나른 사람들의 문제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설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SNS 활동을 한 것이고, 그의 SNS 라이브는 계정을 팔로우한 사람들에게만 알람이 가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설리가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일명 '노브라' 활동은 3년 전부터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는 지난 6일 방송된 JTBC2 '악플의 밤'에서도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브래지어를 입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등 건강상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브래지어는 액세서리라고 생각한다. 브래지어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숨기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죠.
 
그의 이러한 주장은 일반인들에게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후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서는 '#브라는_액세서리다'라는 해시태그가 생겼습니다. 설리의 발언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연대하는 무리가 생겨난 것이죠.
 
여성들의 수요도 달라졌습니다. 실제로 최근 여성 언더웨어 쇼핑검색어 순위를 보면 '노와이어', '브라렛', '스포츠브라' 등이 상위권에 올라가 있습니다. 올리브영, 롭스 등의 드럭스토어에서는 기존 남성 고객 위주였던 니플패치를 여성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여성 전용 니플패치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아도 속이 비치지 않는 '노 브래지어 티셔츠'도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설리가 3년간 노브래지어 활동을 해온 것은, 단순히 연예인으로서 관심을 받기 위함으로 해석하기에는 어느 정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저 팬들과 잦은 SNS 방송으로 인해 느슨해진 경계심으로 인해 벌어진 '해프닝'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같은 노출이지만, '배가본드'와 설리의 이슈에서 다뤄지는 포인트는 확연하게 다른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아무리 접근성과 파급력이 빠른 SNS에서 일어난 문제라고 해도, SNS에서 일어난 일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언론과 네티즌들의 일입니다. 
 
반면 '배가본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지정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따라야 했습니다. 제1장 제7조(방송의 공적책임)와 8조(지상파 방송의 책임)을 찾아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방송은 국민의 윤리의식과 건전한 정서를 해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는데 이바지하여야 한다", "지상파 방송은 가족시청시간대에는 가족구성원 모두의 정서와 윤리수준에 적합한 내용을 방송하여야 한다"라고 말이죠. 과연 '배가본드'는 이 규정을 얼마나 지키려고 노력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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