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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광대'와 크리에이터의 시대

2019-10-17 21:08

조회수 : 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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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는 딴따라, 배우는 광대. 과거의 예술인들은 이렇게 불리며 멸시당했습니다. 텔레비전이 발명된 후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직업으로 변모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예술인을 꿈꿉니다. 하지만 나이 지긋한 몇몇 어르신들은 여전히 그들을 보며 손가락질합니다. “저, 저, 딴따라, 광대들”이라면서요.
 
예전처럼 온 가족이 모여 텔레비전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1인가구가 늘어났고 스마트폰이 보급화됐으며 방송을 대체할만한 플랫폼이 우후죽순 등장했, 뉴미디어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광대, 딴따라도 등장했죠. 그들의 다른 이름은 크리에이터, BJ, 스트리머, 유튜버입니다.
 
대중문화의 새로운 흐름은 줄곧 선정적, 퇴폐적, 엽기적이라는 키워드와 함께합니다. 초기의 이목을 끄는 데 있어서 자극적인 콘텐츠만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방송 역시 그랬습니다. 여자 BJ는 선정적인 의상으로 시선을 빼앗고, 후원금을 주는 시청자들에게 노출로 화답했습니다. 온 몸에 간장을 붓고 생 고등어를 벽에 집어 던지는 엽기적인 행위를 하는 남자 BJ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마주한 뉴미디어 속 광대의 첫인상이었습니다.
 
명절에 조카들이 스마트폰을 하는 모습을 보면 무섭기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BJ들에 열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BJ들의 말투를 따라 하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행동에 웃음을 터뜨립니다. 세대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거북한 장면들이었습니다. 제 편협한 시각이 새로운 대중문화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아닐까 고민했습니다. 이후 저는 아프리카TV, 트위치, 유튜브를 열심히 챙겨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퇴근 후의 저는 텔레비전이 아닌 인터넷 방송 혹은 유튜브를 봅니다.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일상에 지친, 저와 같은 사람들을 반겨줍니다. 그들은 제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대신해줍니다. 게임, 친구와의 수다, 외출, 캠핑, 음주, 맛집 탐방, 여행 등등 볼거리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해 조사하다 보니 알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과거의 그들 역시 제가 눈살을 찌푸렸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던 크리에이터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방송,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조금씩 정제된 컨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밤마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MBC ‘라디오스타’에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로 초통령이 됐던 도티에 이어, 1세대 게임 스트리머 대도서관, 축구 BJ 감스트가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방송 후 실시간 검색어로 그들의 이름이 도배됐습니다. 이제 서브컬쳐’의 일부로 치부됐던 그들은 이제 지상파 프라임타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막강한 파급력을 과시할 줄 아는 존재가 됐습니다. 저는 2019년의 광대, 딴따라들과 친해지길 권합니다. 텔레비전을 끄고 아프리카TV, 트위치를 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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