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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jinyangkim@etomato.com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
제로페이를 위한 변명, 그리고…

2019-11-04 16:36

조회수 : 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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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느는만큼 사용실적 안늘어
 
지난 1980년대 초 신용카드라는게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신문지상에 등장했던 기사 제목들입니다. 
 
1982~1984년 신문지상을 장식했던 신용카드 관련 기사 제목들. 사진/김진양 기자
 
여기에 등장하는 '신용카드'들을 '제로페이'로 바꾼다면 어떨까요
40여년전과 지금이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제로페이..
(제로페이 확대를 적극 독려하고있는 중기부 출입인)
저 조차도 별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불편했거든요.
 
일단 제로페이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면, 
제로페이는 (홈페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서울시와 지자체, 금융회사, 민간 간편결제 사업자가 협력해 도입한
공동 QR코드 방식의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입니다. 
가맹점은 신용카드 대비 수수료를 크게 낮출 수 있고,
소비자들은 40%에 이르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요, 
 
신용카드와 비교해 확연히 낮은 제로페이의 수수료. 사진/김진양 기자
 
그 시작은 지난해 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당시 지방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그 시절,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여러 지자체장들은
'서울페이'와 같이 지역을 대표하면서 소상공인들을 도울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 도입을 연달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중기부는 이를 '소상공인 페이'라는
전국단위 간편결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나섰고요. 
 
하지만, 딱 봐도 뭔가 구리고 별로인 그 이름. 
민주당과 정부는 이런저런 논의 끝에 '제로페이'란 이름으로
"각종 페이들을 통합해 추진하겠다"고 발표를 합니다. 
 
여전히 제로페이를 말하면 '관치페이'라는 이름표가 따라붙는 배경입니다. 
 
제로페이는, 
시스템 자체는 간단합니다. 
별도의 앱을 필요로 하지 않고, 기존의 간편결제 앱에서 구현이 가능합니다. 
이용자가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가 계좌로 돈이 바로 이체되는
직거래 시스템으로 방식도 심플하죠. 
 
지금까지 21개 은행과 24개의 전자금융업자들이
참여를 선언하고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로페이는 아직은 뭔가. 아쉽습니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일단 불편합니다. 
 
전통시장을 비롯해 여러 매장에서
제로페이 결제를 알리는 QR코드 안내판을 봐왔지만,
굳이 써야겠다는 의지는 크게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아드님을 모시고 서울 대공원에 방문을 했는데....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면 무려 입장료를 30%나 할인해준다지 뭡니까.
큰 돈은 아니었지만 줄을 기다리는 중에 한 번 해볼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로페이 어떻게 까는 거야....라고 한참 헤매이고 있었는데.
제로페이는 전용 앱이 없습니다.
 
그걸 여태 몰랐고, 딱히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ㅠㅠㅠ
그제서야, 네이버페이나 다른 은행앱들을 통해 결제가 가능하다는게
무슨 소리인지 깨달음이 왔습니다.....
그리고...은행 앱을 이것저것 설치하기는 귀찮으니, 
이미 있는 네이버 앱을 열고 페이 서비스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또 아뿔싸. 
제로페이는 기 등록된 신용카드는 쓸 수 없고 은행 계좌 정보를 입력해야 합니다. 
일단 여기서 귀찮습니다. 
계좌 인증도 받아야 하고 기타 등등 하다보면 줄이 다 없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 포기하고..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약 한 달 후, 
킨텍스에서 열린 소상공인 대회. 
제로페이로 무인 판매기 결제 시연을 하면 커피 한 잔을 먹을 수 있는 코인을 준답니다. 
결국 이날 여차저차하는 우여곡절을 넘어서 제로페이에 '입문'을 했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하고 금액을 입력하고, 비밀번호를 넣는 방식 자체는 간편했습니다. 
현재 애용하고 있는 삼성페이와도 결제 시간이 그다지 차이는 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른 가게의 판매자 분이 묻더군요. 
"왜 돈 안주세요?"라고...
"제로페이로 드렸습니다....."하고 나오는데, 
왠지 미안한 느낌적 느낌.
 
이게 저의 제로페이에 대한 인상입니다. 
그리고 다른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로페이의 민간 운영사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의 초대 이사장을 맡은 윤완수 웹캐시 대표 역시
제로페이가 불편하고 혜택도 적다는 사실에는 동의를 할 수 밖에 없었으니깐요.
 
하지만 그는 '관치페이' 논란에 대해서는 결코 결코 아니라고
몇 번이나 손사래를 쳤습니다. 
 
제로페이가 지향하는 바는 간편결제 서비스,
특히 오프라인에서의 간편결제 서비스망을 구축할 수 없는 개별 업체들을 대신해
공공의 직불 결제망을 깔아주고,
이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란 설명입니다.
 
제로페이 확산을 위해 마장동 우시장에서 이벤트를 진행, 상인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사진/김진양 기자
 
자신들은 오로지 가맹점 확보에만 주력할 뿐, 
개별 업체들이 고객들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하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지에는 손을 놓고 있다고 합니다.
 
경부고속도로가 한국의 산업화를 앞당겼듯, 
제로페이 인프라로 한국의 핀테크 산업 발전을 이끌겠다는 포부입니다. 
진흥원의 역할도 한국도로교통공사 정도에 준할 것이라고도 설명합니다. 
 
이 같은 설명에 고개는 끄덕여집니다. 
취지도 알겠고, 앞으로의 로드맵도 알겠습니다. 
 
근데 과연 1년 반 정도 이내에 가맹점을 100만개까지 확대한다고 해서,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가 혁신적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요?
그 부분에서는 향후 전망이 과히 낙관적이지는 않은지 의문이 들긴 합니다. 
 
미래의 금융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제로페이가 있을 것이라는, 
윤 이사장의 자신감을 일단 한번은 믿어봐야 할까요..
 
어쨋든 오늘은 일단, 응원을 좀 해보는 거로...
 
  • 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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