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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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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사냥의 시간’ 분쟁, 넷플릭스의 큰 그림이었을까?

2020-04-10 15:48

조회수 :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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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양새를 따지고 보면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의 횡포로 불러야 맞다. 이 횡포의 출발부터 따지고 들어가야 한다.
 
‘코로나19’로 국내 영화 산업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니 그게 사실이다. 다중이용시설로 분류되는 극장 기피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 극장가에는 관객이 사라졌다. “관객보다 직원이 더 많다”는 극장 관계자들의 뼈아픈 농담은 웃고 넘기기엔 너무 끔찍하다. 이런 분위기는 여러 영화들의 개봉 연기를 불러왔다. 2월과 3월 비수기 시장을 겨냥한 주목되는 기대작들이 잇따라 ‘개봉 연기’에 들어갔다. 가뜩이나 사람이 없는 극장가는 이제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할 상황이 아니게 됐다.
 
이런 상황을 타계할 해법은 있을까. 정부의 금융지원이 절실하다. 영화 산업은 기본적으로 잠재적 위험도를 안고 출발하는 ‘리스크 산업’이다. 시장 자체가 아웃풋에 대한 산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더욱이 극장업이 영화 산업 매출의 50% 이상(국내는 80% 가량)을 차지하는 구조에선 극장업이 무너지면 산업 자체가 고사된다. 그래서 지금의 현실이 공포스러운 이유다.
 
 
이런 구조와 현실 속에서 한 영화가 산업 자체의 변화를 가져갈 물꼬를 터버렸다. 순기능이 될지 역기능이 될지는 모르겠다. 누구도 고려해 보지 않았고, 어떤 영화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이다. 바로 ‘사냥의 시간’이 국내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를 선언해 버렸다. 지금의 현실에선 가장 적절한 선택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영화의 투자 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는 국내 영화 제작사들이 ‘대기업의 배급 횡포’에 맞서 출자해 설립한 일종의 독립 투자 배급사다. 자금력이나 배급력에서 대기업 계열 메이저 투자 배급사와 견줄 수 없는 구조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회사는 ‘사냥의 시간’에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해 무려 110억을 투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당초 2월 말 개봉이 무기한 연기가 됐다. 이미 마케팅 비용도 모두 소진한 상태였다. 기한 없이 개봉 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던 처지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더욱 강화한 마당에 극장 개봉을 강행해 논란에 불을 지필 이유도 없었다.
 
결국 고심 끝에 리틀빅픽쳐스는 넷플릭스를 선택했다.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행 루머는 사실 3월 초부터 나왔다. 하지만 영화담당 기자들 모두가 ‘루머’로만 치부했다. 국내 영화 산업 구조에서 넷플릭스 직행은 IPTV를 포함한 부가판권, 그리고 해외 수출 판권에 대한 부가 수익을 모두 포기한단 얘기다. 반면 넷플릭스가 이에 대한 금액까지 산정해 리틀빅픽쳐스에 제시했다면 물론 얘기는 달라진다. 정확한 팩트는 아니지만 실제 넷플릭스가 리틀빅픽쳐스에 ‘사냥의 시간’ 독점 공개 권한으로 제시한 금액은 제작비(90억)와 마케팅비용(20억)을 포함해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질 뿐이다.
 
영세한 규모의 리틀빅픽쳐스 입장에선 ‘사냥의 시간’이 실패할 경우 회사 존폐까지 고려할 정도로 타격이 크다. 설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영화가 바로 ‘사냥의 시간’이다 때문에 리틀빅픽쳐스로선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넷플릭스행은 고려 대상이 아닌 필수였다.
 
하지만 돌발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 영화의 해외세일즈 업체이면서 또 투자사이기도 한 콘텐츠판다가 이미 해외 30개국에 선판매를 한 것이다. 다시 말해 넷플릭스행이 확정되면 ‘사냥의 시간’을 매입한 해외 30개국 영화사들은 일종의 ‘사기’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들이 자국 독점 배급권을 샀는데, 전 세계 190개국에 서비스되는 넷플릭스를 통해 온라인에 영화가 풀려버리게 되는 꼴이다. 당연히 콘텐츠판다가 ‘사기’ 판매의 리스크를 고스란히 감수하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 리틀빅픽쳐스는 뉴스토마토에 “콘텐츠판다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계약 해지에 따른 금전적 보상과 이미 선판매된 30개국에게도 금전적 보상을 해주겠다”고 콘텐츠판다에게 제안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콘텐츠판다는 “이미 영화를 매입한 30개국은 자국 독점 배급권을 인정하고, 나머지 부분에서 넷플릭스와 논의를 해달라”고 절충안을 제시했단다. 충분히 납득이 되는 절충안이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수포가 됐다. 양측이 전혀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세밀한 부분이 더 많지만 굳이 따지고 들어가면 시시비비의 문제까지 세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지점이 바로 넷플릭스다. 리틀빅픽쳐스와 콘텐츠판다는 판매금지가처분신청으로 법률 공방을 벌였다. 결과는 단 하루만에 콘텐츠판다의 판정승이다. 리틀픽픽쳐스는 국내를 제외한 해외에선 어떤 방식으로든 ‘사냥의 시간’을 공개할 수 없다. 만약 공개를 하면 하루에 2000만원씩 콘텐츠판다에 간접강제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사냥의 시간’ 국내 개봉 권리는 리틀빅픽쳐스가 모두 갖고 있다.
 
넷플릭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8일에서 하루 뒤인 9일 ‘전 세계 공개를 보류한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궁금해 지는 점이 과연 넷플릭스가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이다. 우선 영화인들은 하나 같이 리틀빅픽쳐스의 무리수에 혀를 찼다. 한 영화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만남에서 “넷플릭스행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살아야 했다. 리틀빅 입장에선 살아야 하기에 했던 선택이다. 그건 비난할 수 없다”면서도 “왜 이렇게 무리한 강행을 리틀빅에서 했는지 이해가 안가는 게 궁금증이다”고 했다. 반면 일부에선 영화계 대기업인 NEW의 자회사 콘텐츠판다가 영세기업인 리틀빅픽쳐스에 역으로 갑질을 했다고 손가락질을 했다. 하지만 이것도 무리는 있다. 콘텐츠판다는 NEW의 자회사이지만 자체 매출구조로 모든 운영비를 충당하는 독립법인체다. 세일즈를 기반으로 하는 업체이기에 이번 사태에 양보를 했다면, 전 세계 바이어들로부터 받을 오해의 소지는 심각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게 자명했다. 콘텐츠판다가 사활을 걸고 이 문제에 한 발짝도 양보를 하지 않은 이유다.
 
또 다른 일부에선 황당하지만 넷플릭스의 자금력 농간으로 보고 있다. 시장 붕괴 직전에 몰린 국내 영화 시장을 넷플릭스가 집어 삼키기 위한 거대 플랜의 시작으로 봤다.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장사를 하지만 특히 국내 시장에서 유독 승승장구 중인 넷플릭스는 지난 해 초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1’과 올해 ‘킹덤2’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올해 유독 자체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국내 영화 산업 인재풀을 집어 삼키려 든다는 소문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킹덤’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나 김은희 작가는 이미 국내 영화 산업에서 품을 수 있는 인지도를 넘어섰단 의견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 역시 넷플릭스의 제작 방식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도 뉴스토마토와의 만남에서 “이번 ‘사냥의 시간’ 사태가 어떤 쪽으로 최종 결정이 나더라도 리틀빅이나 콘텐츠판다 모두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은 뻔하다”면서 “그럼 누가 떡을 먹게 되느냐는 너무 간단한 논리 아닌가. 바로 넷플릭스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이 고사 직전에 몰렸다. 하지만 그 전부터 10대와 20대 그리고 30대와 40대까지 전통적인 스크린 방식 관람에서 벗어나 모바일 환경에 안착하는 분위기였다. 넷플릭스 같은 거대 기업이 이런 시장 현황을 분석하지 않았을리 없다. 지금 같은 시장 분위기라면 뭔가 판을 흔들어 자체적인 공멸을 꾀할 수 있겠다는 노림수가 있지 않았겠나”라고 자신의 시각을 전했다. 황당함으로 출발했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동아시아 시장의 흥행 척도로 분류되는 국내 시장은 이미 할리우드에서도 탐을 내는 판이다.
 
현재 법의 테두리 안에서 리틀빅픽쳐스와 콘텐츠판다의 싸움은 일단락 됐다. 양측은 10일 만나서 해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어떤 해법이 나오든 넷플릭스는 앉은 자리에서 떡을 먹고 굿판을 감상하는 꼴이 되고 있다. 이게 만약 넷플릭스의 큰 그림이라면 소름끼치는 상황이다.
 
사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넷플릭스도 리틀빅픽쳐스에게 계약 피해를 당한 피해자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는 그들이다. 난 그게 이상하다.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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