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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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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진실이 이끄는대로…"반갑습니다. 최기철입니다."
(시론)'정의연 논란'의 본질

2020-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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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달콤한 수박을 한 입 크게 베어 물고 기분 좋게 TV 리모콘을 돌리는데, 꾀죄죄한 모습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서너살짜리 아이가 보인다. 아이는 유달리 숨쉬기가 불편해 보이고, 계단은 정말로 너무도 높이 우뚝 서 있는 것 같다. 가파른 계단 끄트머리에는 금방이라도 뒤로 넘어져서 엉덩방아를 찧을 것 같은 할머니가 아이를 향해 손을 휘 젓고 있다. 사막에라도 온 것 마냥, 뜨겁고 빠알간 태양이 열기를 내뿜는다. 
 
이쯤 되면, 안온하고 향기로운 현재의 내 삶이 갑자기 너무도 사치스럽게 느껴지고,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없이 살 것 같은 저 불쌍한 아이를 위해 뭐라도 해줘야 맘이 편할 것 같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영희는 다리를 못 쓰게 된 할머니와 단 둘이 옥탑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름이면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가 너무 힘이 들지만, 움직이기 힘든 할머니의 약을 타러 보건소에 가는 일을 빼먹을 수는 없습니다. 이 아이에게 한 달에 만 원을 후원해주십시오. 여러분의 만 원이 아이의 미래를 바꿉니다. 1800-18**."
 
천사 같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이 세상에서 최고로 불쌍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아이를 후원해달라고 요청하는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고, ARS 소리에 맞춰 기부 약속을 하게 되는 그런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TV 광고료가 엄청 비싸다는데 저렇게 광고할 돈으로 애들을 위해 쓸 것이지 왜 저렇게 광고를 해대는 걸까. 도대체 저 사람들은 내가 내는 이 후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까. 진짜 불쌍한 애들한테 쓰기는 쓰는 건가? 
 
2015년 한국일보와 숙명여대, 그리고 카톨릭대가 공동으로 공익법인들의 재정이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되는지 조사를 해보았더니, 100점 만점에 평균 53점으로 낙제점이 대부분이었고, 재무현황 요약 부문은 모두 0점인 것으로 나타났단다. 후원 광고로 도배를 하는 굿네이버스는 C 등급에 57점을 받았다. 
 
지난 5월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92세 이용수 할머니가 30년 가까이 이어온 수요집회 참석을 그만두겠다면서, 수요 집회를 주도해 왔던 정의기억연대에 대해 횡령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모두들 깜짝 놀라 의심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정의연 관계자들은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회계 투명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들의 해명은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당연히 해명을 요구하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자 정의연의 인사들은, 그 자리에 참석한 기자들을 향해 ‘역사의식이 떨어지고 정의연의 인권운동을 훼손하는 무식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그들을 폄하했고, 반성하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또한 정의연 측 인권연대처장은 투명하게 회계내역을 알려달라는 요구에, '어떤 NGO가 기부금 사용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느냐. 우리도 인권이 있다'는 식으로 화를 냈다.
 
정의연 이사장 출신으로 21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된 윤미향씨는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 제기를 할머니의 기억 문제로 몰아부치다가 보수 언론과 미래통합당의 정치 모략이라고 프레임을 입혀버렸다. 
 
억울한 마음이야 있겠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정말 정말 잘못된 대응방식이고, 그동안 함께 울며 같이 공감해주었던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악수 중의 악수다. 본질은 정치 공방이 아니라 투명성과 신뢰성이기 때문이다. 
 
NGO든, 영리법인이든 모든 단체가 쓰는 비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와 임대료이다. 따라서 정의연이 그동안 모았던 기부금 중 약 18%만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직접 전달했다더라는 보도가 나왔더라도 정의연이 뭔가 구린 짓을 했거나, 활동가들이 뭔가 호위호식했을 거라는 식으로 몰아 부쳐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기부의 유일한 목적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직접 돈을 주라는 것이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임대료가 들 것이고, 인건비가 든다. 행사를 기획하고, 법률지원 서비스를 하고, 외국에 나가 일본군의 참상을 알리는 일을 할 때도 돈이 든다. 하다못해 위안부 할머니를 도와 달라, 성금을 모아달라는 말을 할 때도 돈은 필요하다. 그들이 돈을 횡령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지 못하던 많은 곳에 돈이 그만큼 많이 필요하기 마련인 것이다.
 
따라서 그런 내막을 잘 모르는 우리가 궁금해서 물어볼 때, 정의연 사람들이 화를 내고 억울하다 소리치기 보다는 그 각각의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그 돈이 왜 꼭 그렇게 쓰여야만 했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몇 십년을 한결 같이 후원해준 고마운 우리 이웃과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굿네이버스가 비싼 비용을 내고 후원 광고를 주구장창 해대더라도 그래야 후원금이 더 들어온다는 사업적 판단임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정의연이 그동안 흥청망청 과소비와 낭비를 해온 것이 아니었음을 참을성 있게 설명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참으로 아쉽다. 본질은 그게 아닌데…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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