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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이재용 기소' 뒷심 받는 검찰

시민단체 이어 민변까지 "즉각 기소, '재벌무죄' 치외법권 안돼"

2020-06-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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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재용 기소론'이 뒷심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에 이어 법률전문가 집단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까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권고에 반대하며 나섰다.
 
민변은 29일 공식논평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 승계 시도에 대해 범죄가 성립하는지와 책임의 정도는 법원의 엄정한 형사재판 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옳다"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검찰의 즉각 기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참여연대와 경실련, 경제개혁연대도 앞다퉈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비판했다. 
 
불법 경영승계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변과 시민단체들은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밝힌 사유를 존중해야한다는 논리를 강하게 펴고 있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와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법원, 기록 다 보고 '기소' 의견"
 
민변은 "법원의 영장전담 판사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내 현안위원회의 가장 큰 차이는, 영장전담 판사는 그동안의 수사기록을 모두 직접 확인하고 검토할 수 있는 반면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내 현안위원회는 수사검사와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만을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수사심의위의 심의가 충분한 숙고와 논의 끝에 나온 것인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지난 26일 검찰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으로부터 각각 50페이지 짜리 요약 의견서와 설명을 기초로 심의에 들어갔다. 검찰이 영장청구시 제출한 수사기록은 20만페이지가 넘는다. 민변은 "수사심의위원들이 수사기록을 단 하루 만에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나절 토론 끝, 제대로 심의했나?" 
 
참여연대도 수사심의위가 결정 내용을 윤 총장에게 권고한 직후 논평을 내고 "(수사심의위는) 법원의 판단 자체를 무시하고 기소 자체를 하지 말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어떠한 논리도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고 비판했다. 경실련 역시 같은 논리로 "수사위 제도의 취지와 결정은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이를 통해 재벌의 범죄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잘 못된 선례를 만들면 ‘재벌무죄’란 치외법권을 만드는데 악용될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경제개혁 연대도 지난 28일 "만일 이번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 결정에 검찰이 기속된다면 향후 아무리 복잡하고 전문적인 경제범죄 사건도 반나절 토론으로 국민정서에 기대어 결정하는 황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논평했다.
 
반면 삼성 측은 "수사심의위 권고 존중은 국민과 검찰의 약속"이라고 맞받았다. 이날 이 부회장 등을 변호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수사심의위 제도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 무리한 기소를 막는다는 검찰개혁 방안으로 채택해 국회와 대통령에게까지 보고한 사안 아니냐"며 "검찰은 예규에 정한대로 수사심의위 권고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 "법원 의견은 통상 기각사유"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에 대해 이 변호사는 "법원이 기소와 관련해 검찰에게 명령할 수 있는 것은 재정신청시 공소제기명령 하나 뿐"이라며 "구속의 필요성·상당성만을 두고 판단한 것으로, 법원에서 영장청구를 기각할 때 통상 제시하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수사심의위원들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위원 절반 정도가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전문가였고, 나머지 위원들도 큰 틀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분들이었다"면서 "일주일 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아는데, 사안에 대해 이해도가 상당했다"고 일축했다.
 
"기소하면 엘리엇만 좋은 일"
 
'이 부회장과 삼성을 하나'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이 기소되더라도 엘리엇 등 외국기업과 국제사회에서는 삼성 이슈로 이해한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무리한 기소로 삼성이 흔들리는 것을 반기는 것은 엘리엇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검은 이날 수사심의위 권고문을 수사팀이 있는 서울중앙지검에 정식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의 의견을 들어 이번주 중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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