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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어린이집서 나눠 준 마스크에 '벌레 사체'

문제 업체 하루 2만장 조달청 공급…공문에 '유충' 표현한 서울시, "그냥"

2020-07-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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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수돗물 유충'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린이집에서 가정에 나눠준 마스크에서도 벌레가 나왔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영등포구의 A어린이집에서 배부한 5매들이 마스크 포장지에서 모기 사체가 발견됐다.
 
학부모의 민원이 있자 서울시는 지난 17일 생산업체에 철저한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송부했다. 업체가 민원인에게 마스크 25매를 보내는 것으로 사안을 일단 마무리지었다.
 
지난해 6월17일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직원들이 모기를 분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당 마스크는 유아·아동 속옷 업체 아이숲컴퍼니가 제작한 어린이용 황사마스크로 지난달 서울시가 확보했다. 공적마스크 정책으로 여타 마스크 공급이 어려워지자, 서울시가 정책 물량 배정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건의한 것이다. 각 자치구를 통해 서울 내 어린이집들로 배부된 수량은 126만2000장이다.
 
폐를 보호하는 마스크의 오염 문제는 정부에서도 국민 상대로 주지시킬만큼 중요 사안이다. 식약처는 마스크 제품 설명마다 '호흡기와 맞닿는 면체가 오염되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마스크 안쪽이 오염됐을 시에는 사용하지 말 것'이라는 사용법을 명시해놓고 있다. 저장 방법에도 '밀폐용기'라고 적시해 제조뿐 아니라 보관에서도 위생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수돗물 유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곤충의 유입 경로가 문제로 떠올랐다. 아이숲컴퍼니의 B이사는 "포장지 납품 회사의 작업장 방충망이 오래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포장지 회사와 아이숲컴퍼니는 방충망을 새 것으로 교체하고, 햇볕으로 인한 유충 발생을 막기 위해 창문을 '선탠'했다"고 말했다. 이외에 방역 주기도 더 빨라지는 등 개선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신규 방충망과 햇볕 차단, 방역만으로 유입 경로가 완전히 차단됐는지는 의구심이 남게 됐다. 당시 더위로 인해 밤샘 공정 중 작업장 창문이 열려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체들이 냉방 보완 조치를 뚜렷하게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해당 업체의 생산 및 공급수량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이숲컴퍼니가 수개월 동안 하루에 공공물량으로 2만장 이상을 공급해왔다고 설명했을 뿐이다. 서울시는 정책 물량 중 개별업체별 수량을 전달받지 못했다.
 
아울러 마스크 확보에 관여한 서울시의 안이한 문제인식도 지적된다. 학부모와 생산업체 대상 공문들에서 성충 사체를 '유충'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발견된 사체가 유충이었다면 성체가 작업장에 들어온 뒤 알을 낳아 에벌레 단계까지 진행되고 포장지 안에 들어가는 며칠 동안 방치됐다는 의미로, 문제가 한층 더 심각해지는 셈이다. 
 
이같은 표현 이유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그냥 그렇게 표현했다"고 답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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