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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대차-비비큐, 수년간 'GENESIS' 상표권 분쟁 중

현대차, 2015년 브랜드 확장과 함께 시작…비비큐 "다윗과 골리앗 싸움 난감"

2020-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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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현대자동차가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 비비큐를 상대로 제기한 관광업 제네시스 상표권 소송에서 패소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제너시스 비비큐의 영어표기가 같은데서 비롯된 양사 소송은 특허법원과 특허심판원 등에 20건이 넘게 걸려있다. 
 
법원, 관광안내업 관련 상표권 소송서 현대차 패소 판결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4부(재판장 윤성식)는 지난해 11월 제너시스 비비큐(이하 비비큐)가 현대차를 상대로 "여행정보제공업, 관광객안내업 등에서의 '제네시스(GENESIS)' 상표권을 등록 취소한 특허심판원 결정을 취소해 달라"면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 측이 상고하지 않아 해당 판결은 확정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제너시스 비비큐를 상대로 낸 'GENESIS' 상표권 심판 20여건이 진행 중이다. 지난 1월15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첫 번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차는 2018년 3월 비비큐가 교통정보제공업, 여행알선업, 관광가이드업 등에 등록한 GENESIS 상표권을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으므로 등록이 취소돼야 한다(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면서 특허심판원에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은 "비비큐가 취소대상 지정서비스업에 3년 이내 사용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사용표장들은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등록이 취소돼야 한다"면서 현대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비비큐는 2004년쯤부터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인 '치킨대학'에서 등록서비스표와 동일한 표장들을 치킨대학 건물 내 강당 및 외벽에 표시했으므로 3년 이내 여행 및 관광정보제공업 등에서 상표를 사용했다며 "심판원 심결은 취소돼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는 "치킨대학에서 사용된 표장은 'GENESIS' 부분 외에 '비비큐'가 결합된 것으로 등록서비스표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치킨대학은 임직원 상대의 자체교육기관이지 독립된 상거래 대상 서비스가 아니므로 여행업과 관광여행서비스업에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특허심판원 심결을 파기하고 비비큐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고는 치킨대학을 운영하며 중고등학생, 일반인, 해외관광객 등을 상대로 인터넷을 통해 신청을 받고 치킨캠프 프로그램을 유상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영리 목적으로 체험학습과 숙박시설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관광여행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4년부터 관광여행서비스업에 관해 치킨대학 건물에 서비스표를 표시한 것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상표를 사용했다"면서 "치킨대학에 사용된 표장은 GENESIS에 도형 부분(비비큐)이 결합돼 있지만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서비스표 사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2015년 10월22일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 및 내빈들이 제대군인 고용우수기업 인증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차, 상표권 심판 20건 이상 청구…1심 대부분 승소
 
현대차와 비비큐는 GENESIS 상표권을 두고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상표권을 다투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가 비비큐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심판을 제기해 1심 결론이 난 GENESIS 상표권 등록취소 심판은 20건이 넘는다. 상표권을 다투는 등록분야는 △매니큐어 세트, 휴대용 화장품 케이스, 인조속눈썹 △명함케이스, 가방, 지갑 소매업 △속옷, 스웨터, 셔츠 도매업 △식육, 육류가공 도매업 △귀금속제 기념컴, 귀금속제 기념패 귀금속제 주화 △연예인매니저업, 작업능률향상지도업, 후원자탐색업 △조명용 왁스, 양초, 방향양초 등 매우 다양하다. 
 
특허심판원은 해당 심판 청구 중 4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4건 중 1건은 특허심판원이 각하 결정을 내렸고 1건은 현대차가 청구를 취하했다. 심판부들은 "심판청구일 전 3년 이내에 국내에서 정당하게 사용하였음을 증명하거나, 사용하지 아니한데 대한 정당한 이유를 증명하지 아니하는 한 서비스표등록의 취소를 면할 수 없다"면서 "비비큐는 이 사건 등록서비스표를 그 지정서비스업에 대해 정당하게 사용한 사실이나 이를 사용하지 아니한데 대한 정당한 이유를 증명하지 않았으므로 등록이 취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중 비비큐가 심판원 결정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항소한 2건 만이 각각 지난해 2월과 11월 비비큐 승소로 판결이 뒤집혀 확정됐다. 지난해 2월 현대차가 △속옷, 스웨터, 셔츠 도매업 △가공한 식육, 육류내장품, 육류가공식품 도매업 △동력기계 도매업 등에 대해 비비큐의 GENESIS 상표권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법원은 비비큐의 손을 들어줬다. 특허법원 제4부(재판장 윤성식)은 POS 단말기에 실사용표장을 표시한 디자인이 나타나는 점, 물류용역계약을 통해 공급자로부터 인수한 물품을 배송하고 있는 점, 원료육을 구매해 변형 없이 가맹점들에 공급하는 도매업 사업자인 점 등을 들어 "국내에서 상표권자에 의해 그 지정서비스업 중 하나에 정당하게 사용됐으므로 특허심판원 심결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이후 본격화…"다윗과 골리앗 싸움, 난감하다"
 
현대차가 2015년 GENESIS 브랜드를 론칭하고 이후 브랜드 사용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소송을 지속적으로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특허심판원 등에 제기된 심판(소송) 청구시기를 살펴보면 2016년 8건, 2017년 1건, 2018년 3건, 2019년 5건, 2020년 6건 등이었다. 현대차는 이밖에도 스킨, 크림, 헤어린스, 샴푸와 관련해서는 해외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과, 광고전단 형태의 인쇄물, 상품판매 활동 촉진 포스터 등과 관련해서는 미국 무역업체 제네시스퓨어와 상표권 분쟁을 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GENESIS 상표권은 당연히 자사가 가지고 있고 제네시스 한글 표기는 다르지만 영어표기가 같아서 생긴 문제같다"면서 "GENESIS 브랜드가 찍힌 컵, 기념품 등을 만들려면 상표권이 필요한데 비비큐가 해당 상표권을 가지고 있고 사용하지 않은 기간이 긴 경우가 있어 (현대차가 사용할 수 있도록) 상표권 등록을 취소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비큐 측은 현대차의 지속적인 상표권 문제제기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비비큐 관계자는 "제너시스 비비큐는 25년 전부터 사업을 영위해왔고 그룹사명도 제너시스이며 현재 관련 상표권을 이용해 테마파크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면서 "육류가공업과 동력기계까지 상표권 소송을 걸면 어떻게 사업을 하라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현대차라는 글로벌 거대기업이 연간 매출 3000억원 기업과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라면서 "현재 소송 대응방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계속되는 현대차의 소송에 힘들고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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