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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ewigjung@etomato.com

정의의 편에 서겠습니다
'교사 무혐의' 문제의 노출 영화를 보다

남녀 역할 바꾼 파격적 설정…직위 해제 소송은 진행 중

2020-08-14 12:07

조회수 :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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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단편영화 '억압당하는 다수(Oppressed Majority)'를 봤다. 11분이 채 안 되는 짧은 분량의 영화지만, 감상 후의 여운은 길게 남는다. 
 
이 영화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뒤바꾼 일상을 표현했다. 주인공인 남성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면서 주민 모임에 나가기로 하는 등 여성으로 바꿔 본다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이 아이를 맡기기 위해 만난 보모는 무슬림 남성이다. 이 남성은 부인의 요구에 따라 수염을 깎았으며, 특히 히잡을 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히잡은 무슬림 여성이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 입는 복장이다. 
 
하지만 한 여성이 거리에서 스스럼없이 노상 방뇨를 하고, 이 여성의 무리가 주인공을 칼로 위협하면서 희롱하거나 심지어는 성추행을 저지르는 다소 과격한 장면도 나온다. 주인공은 경찰서에 가서 피해자 진술을 하지만, 여성 경찰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 경찰은 남성 후배에게 커피를 타달라며 요구하고, 후배는 웃으면서 응한다. 피해 사실을 알고 찾아온 부인은 주인공을 위로하면서도 무릎 위로 올라온 반바지 등 옷차림을 탓한다. 
 
신체가 노출된 영화로 알려졌지만, 이러한 장면은 일부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불편함이 인습에 가깝도록 이어지면서도 그동안 익숙했던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바꾼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비현실적인 설정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승리했다는 내용을 담은 필립 K. 딕의 소설 '높은 성의 사나이'나 미국의 원자폭탄이 독일에 떨어져 조선이 아직 일본의 지배를 받는다는 내용을 담은 복거일의 소설 '비명을 찾아서'만큼 충분히 파격적이다. 
 
검찰은 이 영화를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상영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 온 광주의 한 중학교 교사에 대해 최근 불기소로 결정했다. 해당 학교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성 비위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광주시교육청은 해당 교사를 직위 해제 처분한 후 성 비위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교사는 검찰에 송치된 지 1년 가까이 지나서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다만 이 교사가 법원에 제기한 직위 해제 취소 소송은 아직 진행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는 12일 논평에서 "많이 늦었지만, 검찰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황당하게도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인 성 평등 교육 활동을 한 것이 범죄가 되는지를 다퉈야만 했다"고 비판했다. 또 "교육청은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행정 절차를 반성하고, 해당 교사의 명예를 회복시켜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9월3일 오후 광주 남구 광주남부경찰서 정문 앞에서 성교육 수업 중 단편영화를 상영한 교사 배모씨 지지 모임이 광주시교육청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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