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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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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의의 '칩거정치'

홍준표, 사마의 되고 싶다면 국민의힘 내부 흔들 대선 지지율 높여야

2020-09-18 16:42

조회수 : 2,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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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위나라 정치가 전략가인 사마의는 '칩거정치'로 유명합니다. 사마의는 조조 집안 사람들의 견제로 인해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고도 다 버리고 고향 앞으로 향했고, 결국 병권을 더욱 공고히 한 후 복귀했는데요. 혼란한 시기, 은인자중하며 때를 기다리는 정치가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칩거정치는 한 정치인의 처신에 관한 전략·전술로, 21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데요. 당장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 등장해 유력주자로서 부상하기를 기대하는 겁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대표적인 예로 복당하지 않고 무소속 의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홍준표 의원이 꼽힐 만합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 의원은 권성동 의원이 국민의힘에 복당한 날, SNS에 인내를 강조한 게시물을 올렸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1800여 년 전 중국 한나라 말기 삼국의 대혼란 속에서 극한의 순간을 헤쳐나간 사마의 드라마를 본다. 끝없는 인내와 굴종을 견디고 50년의 장구한 세월을 기다린 끝에 정상에 오른 그의 인내와 신묘한 책략에 매료된다. 밤늦도록 드라마를 볼 때도 있다."
 
홍 의원의 글에 사마의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사마의는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의 정치가이자 군사 전략가로 조조를 시작으로 4대에 걸쳐 위나라를 섬겼는데요. 조조, 조비, 조예, 조방 등 4명의 군주를 모셨지만 조방 때 이르러 조진의 아들인 조상에게 자신이 당할 위기에 처하자 병을 핑계로 물러나 있다가 결국 기회를 틈타 권력을 장악했습니다. 이를 '고평릉 사변'이라고 하는데요. 이른바 군사 쿠테타입니다.
 
사마의는 이후 신하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 자리에 올랐는데요. 사마의는 진나라 건국의 기초를 닦아 추후 자신의 손자 사마염이 실제 진나라를 건립한 뒤 선제로 추존됐습니다.
 
홍 의원은 "사마의가 살았던 그 시기에 못지않게 지금 대한민국도 대혼란에 빠져있다"며 "사마의는 대혼란에 쌓인 나라를 구하는 인내와 책략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홍 의원의 글은 비록 지금 자신의 처지가 홀로 벌판에 서 있는 듯하지만 1800여년 전 사마의처럼 인내하며 때를 기다리겠다는 뜻을 이런 식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의 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홍 의원이 복당의 길을 열 수 있는 시점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로 보입니다. 그때까지 김 위원장의 지지세력이 견고하다면 쉽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홍 의원이 들어갈 수 있는 틈새도 보일 것 같은데요. 사마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따랐던 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홍 의원의 대선 지지율이 더욱 높아진다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홍 의원을 따르는 세력이 늘고 안에서 호응하는 모양새가 갖춰질 수 있습니다. 결국 홍 의원이 밖에서 국민의힘을 압박할 수 있는 힘을 얻느냐, 못 얻느냐 여부가 복당을 결정할 겁니다.
 
P.S 저는 개인적으로 홍 의원이 보고 있는 사마의 관련 드라마를 모두 봤는데요.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방영하고 있는 삼국지 극장판을 다시 시청하기도 했습니다. 책으로 삼국지를 읽을 때는 촉한정통론에 기반을 둔 유비가 주인공으로 느껴졌지만 드라마로 삼국지를 접했을 때는 조조가 주인공으로 느껴지는데요.
 
최근 사마의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까지 나온 것을 보면 확실히 중국이 당시 삼국시대를 보는 경향이 예전과는 달라진 것 같기도 합니다. 670억원의 제작비가 쓰였던 사마의 드라마에 이어 1000억원의 제작비를 쓴 조조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도 준비 중에 있다고 합니다.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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