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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무죄율 5배 높이는 '국민참여재판'…"성범죄 악용 우려"

일반재판과 항소율 16.8%p 차이

2020-10-0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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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배심원 결정이 판결에 영향을 주는 '국민참여재판'의 항소율이 일반재판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높고, 무죄율은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법제도의 국민 신뢰를 제고하고자 도입된 제도이나, 성범죄 등 강력 범죄 피의자가 높은 무죄율을 근거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의 도입 이래(2008~2019년)로 국민참여재판과 일반재판의 항소율은 각각 80.3%와 63.5%로, 국민참여재판이 16.8%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항소율은 국민참여재판이 48.6%, 일반재판은 28.6%로 차이가 더 컸다.
 
지난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법률 전문가가 아닌 만 20세 이상의 일반인들이 재판 또는 기소에 참여해 유죄·무죄에 관해 결정하는 제도다. 배심원들의 판단이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관대한 배심원들의 평결이 재판부 판단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만큼 무죄율을 높인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자료를 보면 2008∼2017년 10년간 살인·강도·상해·성범죄 등 4대 범죄에 대한 무죄율은 일반재판은 1.4%에 그쳤지만, 국민참여재판은 8%로 5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성범죄의 무죄율은 일반재판은 2.4%였으나 국민참여재판은 18%로 7.5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참여재판이 피의자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사법제도의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이 오히려 일반재판보다도 항소율이 높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며 "높은 무죄율로 인해 성범죄사건에서 악용되는 경향이 있는데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오히려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고인의 권리보다는 피해자의 권리가 단연 앞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첫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 수 기준으로 총 630건으로, 범죄 유형별로는 성범죄(171건)가 가장 많았다. 살인 등(39건), 강도 등(22건), 상해 등(11건) 순으로 나타났다. 성범죄가 특히 많은 이유는 피해자 진술 외에 물증 확보가 어려운 성범죄 특성상 배심원의 판단을 받으면 형량을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투 확산 등 영향으로 일부 로펌은 성범죄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에 회부하자는 식의 마케팅을 승소 전략으로 내놓기도 한다. 
 
앞서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해 구속기소된 전 유도 국가대표 왕기춘 씨도 국민참여재판을 강력하게 원했지만, 검사와 피해자의 반대로 일반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반면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강제추행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반대에도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을 강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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