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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코로나보다 더 큰 '재앙'
2021-04-09 06:00:00 2021-04-09 06:00:00
영아기와 사춘기 사이의 시기로 불리는 어린 시절, 세계 추리 명작의 으뜸을 꼽으라면 당연컨대 '셜록홈즈'다. 탐정의 직관과 추리력은 무릎을 치게 할 정도로 명석했고, 홈즈의 가설은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며 진실을 찾았다.
 
셜록홈즈의 트레이드마크인 사냥모자와 칼라바시 파이프를 손에 든 모습은 왕왕 꾀 많은 아이들의 묘사꺼리로 온동네를 휘젓던 기억이 있다.
 
원작을 넘어 최근 인기리에 반영된 셜록홈즈 속 캐릭터들은 늘 짙은 안개 속에서 등장하고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축축한 안개가 밤거리를 점령한 영국 런던의 배경 때문일까.
 
6.25 동란의 백마고지 전투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석 달 후 영국 런던에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스모그가 드리웠다. 혼돈의 5일 간은 셜록홈즈와 비슷한 모자를 쓴 경찰관들이 저마다 횃불을 들고 통제에 나섰으나 스모그 발생 후 첫 3주 동안 4000여명이 죽어나갔다.
 
이 후 만성폐질환·호흡장애로 1만2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1952년 런던 스모그 사건’은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였다.
 
당시 스모그는 이상 기후와 영국의 산업혁명을 주도한 석탄 소비량의 증가가 원흉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환경 운동가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빌 게이츠의 저서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을 보면, 당시의 아비규환을 엿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런던 스모그 사건이 발생하기 9년 전인 LA는 진작부터 전조를 보였다. 심각한 대기오염과 악화된 기후 조건의 결합체인 LA의 황갈색 스모그 사건은 재난의 역사다. 저마다 방독면을 쓴 미국인들은 일본의 화학 공격으로 오인할 정도였다.
 
그러나 주범은 자동차였다. ‘자동차 대중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포드는 1913년 대량 생산의 기틀을 마련한 장본인이다. 컨베이어 벨트 생산 방식은 귀족들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가 탈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었고 자동차의 대중화 시대를 앞당겼다.
 
하지만 자동차의 대중화는 대기환경에 악영향을 끼쳤고 배출가스 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급기야 1955년 미국 의회가 대기오염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1970년 닉슨대통령이 미국 환경보호국을 설립했다.
 
앞선 영국 정부도 1956년 대기오염방지법을 제정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무연연료다. 진입장벽을 낮추는 등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는 풀되, 환경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정유 산업은 현재 세계 5위의 정제 설비로 최고 수준의 정제 품질을 자랑한다. 깐깐해진 규제 탓에 오히려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수출품이 됐다. 
 
지난해 해상운송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로 지목되는 국제해사기구의 IMO2020 규제에도 초저유황유를 뽑아낸 정제기술은 자랑할 만하다. 
 
고민은 깊되, 추진은 빨라야한다. 이제는 전기·수소 시대의 포문 앞에 서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위기로 신음하는 세계경제의 충격파는 인류를 향한 경고음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보다 더 큰 피해를 ‘기후변화’로 지목한 빌 게이츠의 저서처럼 ‘인류의 재앙’이라는 공감대가 예사롭지 않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독식한 ‘IT 공룡’ 중 독점 논란의 표상이던 세계 3대 갑부가 한 말 치고는 글로벌 대혼란의 극복을 향한 열쇠를 모두가 고민해야할 때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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