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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벤처투자의 희망 불씨 '모태펀드'
2021-11-30 06:00:18 2021-11-30 09:18:28
코로나19의 그림자가 우리 경제에도 계속해서 부담을 주고 있다. 풀뿌리 경제를 이루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거리에선 활기가 사라진지 오래다. 위드 코로나가 어렵게 시행됐지만 언제 다시 방역체제가 강화될지 몰라 식당과 주점들 사이 긴장감은 여전하다.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른 수혜업종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자 코로나 수혜가 반짝 수혜로 끝날까 노심초사해 하는 모습이다. 대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데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코로나19는 언젠가 종식되겠지만, 그 사이 경제는 당분간 덜컹거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래도 한줄기 빛이 비치고 있다. 이 빛의 발원지는 다름 아닌 벤처 생태계다. 지난 2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에도 벤처 생태계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벤처투자는 5조2593억원을 기록, 역대 최초로 5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벤처펀드 결성은 5조1305억원에 달했다. 혁신에 대한 꿈, 미래에 대한 투자 심리는 독한 코로나19도 막지 못했다.
 
이 중 올해 3분기 누적 벤처펀드 결성 출자 내용을 상세히 뜯어보면, 그간 정책금융 부문이 마중물 역할을 하며 생태계 확장에 크게 기여했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정책금융 부문은 1조503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37% 늘었다. 벤처 생태계에 대한 정부의 예산 투입이 예년에 비해 대폭 확대된 것인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이같은 예산 증가비율을 훌쩍 뛰어넘는 민간 투자 증가율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관련 예산을 37% 늘리는 동안 민간 부문에선 약 90% 이상 늘린 3조6271억원을 올해 벤처펀드에 투입하며 화답했다. 정책금융보다 2.4배 많은 성장세가 민간 부문에서 기록한 것이다. 이는  벤처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데 정책 금융의 촉매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수치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모태펀드였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정책금융 부문 출자의 3분의2 이상이 모태펀드 출자로, 1조803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어렵게 타오른 이 혁신의 불씨가 다 타오르기도 전 위협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회에서 중기부의 내년 모태펀드 출자사업 예산을 올해의 약 절반 수준인 5200억원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모태펀드는 말 그대로 모태가 되는 펀드고, 이를 토대로 수많은 자펀드들이 결성된다. 일종의 주춧돌 역할을 하는 펀드가 바로 모태펀드인 셈인데, 이 주춧돌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에선 관련 예산 삭감의 논리로 이미 쌓여 있는 투자금을 거론한다. 아직 투입되지 않은 '미투자 자산'이 5조가 넘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시각은 벤처투자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벤처투자에서 중요한 점은 미래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야에서 투자를 적시에 단행하는 것이다. 이 말인 즉슨, 투자금액이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로 크게 들어갈지 미리 다 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5조의 미투자 자산은 예산을 쓸 데가 없어 쟁여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언제든 예산을 투입할 수 있도록 대비 차원에서 쌓아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벤처투자의 상위를 이루는 업종을 보면 ICT서비스, 바이오·의료, 유통·서비스 등이다. 얼핏 봐도 짐작가능하듯,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큰 만큼 리스크도 큰 업종들이라 볼 수 있다. 리스크를 어느 정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모태펀드다. 모태펀드에 대한 이해도 부족 탓에 숫자만 보고 잘못된 판단을 해 모처럼 타오른 '제2의 벤처붐'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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