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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은행 '깜깜이 금리' 공시 개선해야
2022-01-19 06:00:00 2022-01-19 06:00:00
 
"원천징수영수증, 대상 물건 등기부등본이 있어야 금리 확인이 가능하세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혹스러움부터 앞선다. 내가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지는 내가 집을 계약하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이자를 알고 물건을 살펴야 하건만, 일단 집부터 찾고 등기를 떼어 대출 가능 여부를 물어봐야 한단다. 안 그래도 집을 구하는 일로 골치가 아픈데 요건이 안 맞으면 은행을 몇 번이나 오가야 한다. 정부는 빌릴 수 있을 만큼만 대출을 받으라는데, 뭔가 반대로 된 기분이다.  
 
취재 때도 마찬가지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라 얼마나 금리를 올렸고, 신용등급별로는 취급 비중을 어떻게 달리 했는지 기사를 쓰면 은행들의 불평이 쏟아진다. "실제 대출 금리는 개인별로 다르다"는 말만 반복이다. 각 은행에 공시된 금리를 기준으로 기사를 작성하더라도 해당 내용은 3등급 기준으로 '예시를 든 것'이지, 실제 취급하는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는 해명 전화가 온다. 취급 금리를 알려면 영업점 앞에서 차주 한 분 한 분을 붙잡고 전수조사라도 해야 할 판이다. 
 
각 신용, 연봉, 담보물 가격 등을 표로 간략하게나마 제시되면 이런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반면 은행들은 극구 사양이다. 일종의 영업비밀이라는 입장이다. 조달금리,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 같은 어려운 말을 써가면서 일반화 할 수 없는 게 금리란다.
 
이 때문에 핀테크가 제공하는 금리비교플랫폼에는 저축은행과 캐피탈 상품들만 가득하다. 최근 한 은행은 금리비교플랫폼을 구축키로 했는데, 자기 계열사로만 확대를 모색 중이다. 왜 다른 은행으로 확대를 안하냐 물으니 "다른 은행들이 금리를 비교하는데 동의하겠는가"라는 반문이 있었다. 돈이 일반 재화들처럼 그 자체로는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비교를 꺼리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6개 주요 은행의 2020년 하반기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대출 포함) 취급 사례를 분석한 결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 1등급으로 평가받고도 5등급 이하 중·저신용자로 분류돼 비싼 이자를 낸 금융소비자가 4만3000여명에 달했다. 금리를 '깜깜이'로 두니 내 신용등급과 다르게 금리를 안내 받더라도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은행들은 과도한 예대금리 차이에 따른 지적도 받고 있다. 주담대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 지금과 같은 지난 2020년 2월 보다 1.38%p 이상 더 높게 형성돼 있다. 아무리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라지만, 이 같은 차이는 납득이 쉽지 않다. 올해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이 넓어지면서 대출 한도도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은행들의 금리도 이제는 정부가 말하는 '질서 있는 정상화'를 찾아야 한다.
 
신병남 금융부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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