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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아바타 인격권, 메타버스가 삶의 공간 되기 위한 기초 작업
2022-01-28 06:02:18 2022-01-28 06:02:18
메타버스가 새로운 삶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 게임이나 소셜 네트워킹 등 여가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만 치부됐던 가상 공간이 쇼핑·업무 등 경제 활동과도 결부되면서 사회의 일부로 편입됐다. 인간 사회가 메타버스를 만나 확장됐다는 표현이 더 옳은지도 모르겠다. 시간적·물리적 제약을 넘을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우운택 카이스트 교수는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의 연속으로 두 세계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연결 속에 있다"고 설명한다. 
 
메타버스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부분까지 그대로 확대·재생산하기 시작했다. 메타버스 속 아바타를 스토킹하거나 성희롱·성추행까지 하기도 한다. 메타버스 이용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미성년자 대상 범죄가 주를 이룬다. 
 
메타버스 속 관계가 이어져 현실에 있는 이용자에게까지 범죄가 확대되는 경우, 처벌 근거가 있다. 특히 이용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그 피해자를 아바타 봐야 할까. 아니면 아바타를 움직이는 이용자로 봐야 할까. 아직까지 뚜렷한 사회적 합의는 없다. 가해자를 찾고 싶어도 서버나 이용자가 해외에 있는 경우 처벌이 어렵다. 확실한 법적 근거도 없다. 가상 공간에서 일어나는 아타바끼리의 행위까지 범죄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바타에게 발생하는 범죄도 '범죄'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가상주체 인격권'을 확립하기 위한 메타시대 디지털 시민사회 성장전략 추진단을 출범했다. 아바타의 인권을 인간 이용자의 인권에 준하는 정도로 인정해준다는 뜻이다. 메타버스를 현실 공간의 확장으로 인정하기 위해, 또 다른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속에서 활동하는 우리의 권리가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10대 이용자층에서 메타버스가 급부상하며 이들은 멀티 페르소나를 통해 현실을 뛰어넘는 자아실현을 추구하고 있다"는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ID) 박사의 설명처럼 메타버스가 현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만큼 사람들은 자신과 아바타의 정체성을 공유한다. 어렵게 설명할 필요 없다. 우리는 메타버스 속 아바타가 이용자의 일부임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아바타를 향한 범죄는 이용자를 향한 범죄다. 아바타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현실에서 어떤 태도를 지닐지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모니터 뒤에 사람 있다. 
 
배한님 중기IT부 기자(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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