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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안나라수마나라’ 지창욱 “느끼는 대로 연기한 첫 작품이었다”
“장르 특수성·원작 인기 부담… 드라마 힘으로 깨졌던 작품이었다”
“‘리을’,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지만 공간이 만들어 주는 느낌 받아”
2022-05-19 01:00:01 2022-05-19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지창욱을 생각하면 몇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 가운데 묘하게 또 그리고 알 수 없는 안개 속에 숨은 상상의 무엇 같은 느낌이 있다. 그의 잘생긴 외모도 그렇지만 설명 불가능한 그의 아우라에서 풍기는 배우로서의 맛이 있다. 보는 시선에 따라 유약해 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신랄하고 섬뜩한 눈빛도 있다. 그런 모습과 눈빛에는 필연적으로 사연이 더해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지창욱에겐 배우로서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될 요소가 바로 자신의 이런 설명 불가능한 아우라가 아닐까 싶다. 이런 발군의 장점을 제대로 대입시킬 수 있는 캐릭터가 바로 미스터리. 그리고 정말 찰떡처럼 제대로 들어 맞는 캐릭터가 담긴 작품이 등장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 이 작품에서 지창욱은 마술사 리을로 등장한다. 그는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하는 의문의 인물이다. 폐허나 다름 없는 유원지에 살며 꿈을 잃은 소녀 아이’(최성은) 그리고 꿈을 강요 받는 일등(황인엽)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물한다. 지창욱의 눈빛과 표정 그리고 그의 아우라를 느끼게 된다면 잃어버렸던 꿈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그는 당분간 마술사 리을이다.
 
배우 지창욱. 사진=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워낙 인기가 많았던 원작이기에 웹툰 마니아들에겐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또한 웹툰이 원작이라 만화적 설정이 꽤 많기도 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탄탄한 드라마적 감성이 구축돼 있었고, 무엇보다 리을이란 캐릭터가 배우로선 꽤 흥미롭게 다가올만했다. 이런 점은 지창욱의 출연 결정을 하게 만든 이유였단다.
 
우선 얘기 자체가 너무 감동적이잖아요. 저한테는 꽤 그렇게 다가왔어요. 이야기 즉 드라마가 가진 감정이 크게 다가왔어요. 대본을 읽었는데 최성은이 연기한 아이의 모습에 많이 동요가 됐어요. 내가 겪었던 내 얘기 같은 느낌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음악 드라마 그리고 그런 장르의 특수성과 원작 인기에 대한 부담감이 드라마의 힘으로 많이 깨졌던 작품이에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출연 배우 입장에선 대본과 함께 원작도 자신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지창욱은 이걸 거부했다. 일부러 거부했단다. 오직 대본에만 충실하면서 원작은 멀리했다고. 물론 처음부터 보지 않은 게 아니다. 내용과 흐름을 알아야 하니 원작도 탐독했다. 하지만 지창욱에겐 딱 거기까지였다고.
 
배우 지창욱. 사진=넷플릭스
 
전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할 때 참고만 하는 정도에요. 물론 보기는 하죠. 하지만 흐름이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정도일 뿐 내 연기와 배역을 만들어 가는 데에선 조금도 참고하지 않아요. 대신 이번에는 원작에서 주는 메시지를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나와 캐릭터는 그 메시지를 따라가기 보단 서로 소통하면서 재창조를 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죠. 물론 가져가야 할 건 그대로 가야 했어요. 본질적으로 우리 모두가 공감한 가난 돈 성적 잃어버린 동심 꿈 그리고 시선 등.”
 
그런 내용 그리고 버려진 유원지에서 살고 있는 신비한 인물 그리고 마술사 리을’, 지창욱은 리을을 어떤 인물이라고 여겼을까. 참고로 지창욱은 어떤 작품을 하던 인물에 대해 자신의 의심을 굉장히 많이 투여시키는 배우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도대체 왜 이 인물은 여기서 이럴까. 왜 이런 감정을 갖게 됐을까. 왜 여기서 이런 행동을 했을까 등등. 하지만 이번 작품 속 리을만큼은 예외였단다.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그래야 할 것 같았어요. 의문을 갖는 게 아니라 그냥 솔직하게 접근하자 싶었어요. 내가 리을이란 인물이 됐고 그가 서운하면 서운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감정이 느끼는 걸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 순간 순간에 집중하고 감정을 표현하다 보면 리을이란 사람이 가진 신비로움과 미스터리함 그리고 순수함 등이 시청자들에게 많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었죠.”
 
배우 지창욱. 사진=넷플릭스
 
그런 인물이 사는 유원지란 공간도 중요했다. 극중에서 마술사 리을이 사는 곳은 버려진 유원지. 이 공간은 실제로 폐 유원지인 용마랜드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비현실성이 돋보이는 판타지 장르 배경에 이 공간은 안성맞춤이었다. 지창욱에게도 공간이 주는 연기적 영감이 특별했었다. 또한 세트장 역시 미술팀과 소품팀의 노력으로 용마랜드이상의 아우라는 느낄 수 있었다고.
 
“’리을이란 인물은 사실 현실에선 거의 존재할 수 없는 캐릭터잖아요. 되게 이상하고(웃음). 근데 용마랜드를 보곤 제가 생각했던 버려진 유원지를 떠올리기에 너무 좋았죠. 그 공간이 실제로 존재하니 리을이란 인물을 만들어 내기에도 큰 도움이 됐어요. 더욱이 세트장 조차 신비롭고 섬뜩해 보이기도 하고. 그 공간에 들어가면 그냥 리을이 되는 느낌이었죠.”
 
아직은 현장에서 선배의 위치가 어색한 지창욱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작품에선 두 후배를 이끄는 선배의 위치가 됐다. 특히 이번 작품 장르가 음악특히 뮤지컬 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은 작품이다. 주요 출연진 가운데 뮤지컬을 경험해 본 유일한 배우가 바로 지창욱이다. 다른 작품과 달리 신경 써야 할 지점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여러 지점에 대해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배우 지창욱. 사진=넷플릭스
 
“(웃음) 전 개인적으로 감독님과 제작진 그리고 동료들에게 작업을 할 때 많이 의지하는 편이에요. 솔직하게 이번에도 제 몫을 하기에도 바빠서 조언이라 던지 그런 건 생각도 못했죠. 이미 모두가 프로들인데요. 함께 한 성은이는 현장의 중심을 지켜주는 좋은 친구였어요. 진짜 제겐 최고의 파트너였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항상 겸손한 모습도 기억에 남고. 인엽이는 자신을 좀 더 믿고 자신감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너무 멋진 배우이고 본인 하고 싶은 걸 현장에서 마음껏 해봤으면 싶어요.”
 
온라인에선 안나라수마나라속 지창욱이 연기한 리을이 일본 애니메이션 레전드 작품 하울의 움직이는 성속 주인공 하울과 너무 많이 닮았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캐릭터 설정이 아니라 순수하게 캐릭터의 외모적 비유를 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창욱은 웃으면서 실제로 감독님과 캐릭터 회의를 하다 나온 얘기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배우 지창욱. 사진=넷플릭스
 
미팅 때 감독님이 하울얘기를 꺼내셔서 속으로 내가 그걸 어떻게 해라고 했었어요. 물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봤지만 참고용이었고요. 그걸 따라하려고 해본 적은 없어요. ‘리을하울이 비슷한 성향이고 미스터리한 지점도 비슷해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든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전 너무 기분 좋아요.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것도 기분이 좋고. 앞으로 계속 삶의 태도를 전하는 좋은 배우를 꿈꾸며 지금의 배우 생활을 이어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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