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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테라·루나 사태, 업권법 논의 본격화 계기되길
2022-05-23 06:00:00 2022-05-23 06:00:00
루나·테라 코인 폭락의 여파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뿐만 아니라 한국과 글로벌 증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대혼돈이 연출되는 중이다. 어떤 분야건 간에 사고가 터지면 한동안은 혼란의 시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일단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또 사태의 책임소지는 누구에게 있는지 가려내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날로 복잡해지는 금융증권업의 경우도 그런데, 신종 자산에 해당하는 가상자산 시장은 더더욱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차근히 시시비비를 가리다보면 모종의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베일에 쌓여있던 은밀한 '그들만의 세계'가 어느 정도까지는 천하에 모습을 드러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로 현재 루나·테라 사태 덕분(?)에 많은 국민이 뉴스를 통해 강제로 코인 세계에 대해 '열공' 중인 상황이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알쏭달쏭한 가상자산업계 용어는 이제 검색 몇 번만 하면 쉽게 이해할 만한 수준의 것이 됐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와 같은 기존 자산에 견고하게 고정됨으로써 가격 안정화를 꾀하는 코인을 말한다. 그런데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일종의 프로그래밍화된 알고리즘에 의해 가치를 고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창조해낸 테라(Terra, 지구)코인과 달러화를 곧장 연결하는 대신, 테라와 달러화 사이에 자신들의 또 다른 창작물인 루나(Luna, 달)코인을 둬서 테라가 달러화가 간접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더라도 가치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게 권도형이 이끈 테라폼랩스 측의 주장이었다. 이번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계기로 스테이블코인 업계에선 가격 안정화의 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알려졌다시피 가상자산업계에선 이전부터 이미 테라 생태계에 대한 경고음들이 나왔다. 담보가 무엇이냐에 따라 자산가치가 달라지는 법인데, 달러화가 아닌 자체 자매코인 루나에 담보로서의 기대를 걸 수 있냐는 회의적 시선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주장이 일부 금융엘리트들 사이, 혹은 가상자산 업계 일부 안에서만 뱅뱅 돌았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세계가 덩치를 키워나가는 속도에 비해 사회 전반이 이를 이해하고 따라가는 속도는 너무 느리다는 게 다시금 확인됐다. 
 
그런데 정부 당국이나 법안 입안자들의 경우엔 이해 속도가 느려서는 안된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규제 공백으로 인한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너무 막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성장 속도가 빠른 업일수록 문제 발생시 피해 규모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어느새 올해도 반절이 흘러가려 하고 있다. 올해 들어 본격화될 것으로 예고된 바 있는 가상자산업권법 논의에 이제라도 속도가 붙어야 한다. 그래야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한 최소한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최근에 마주한 한 업계 관계자는 업권법 제정과 관련해 정치인들에게 업계의 주요 이슈들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이해도가 너무나도 떨어진다고 한탄했다. 반복적으로 설명해도 만날 때마다 처음 듣는 외계어 취급을 하는 통에 업권법 논의도 속도가 날지 회의적이란다. 부디 루나·테라 사태가 잠시잠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이슈로 머물지 않고, 업권법 논의라는 큰 목표 아래 정책입안자들이 가상자산을 공부하는 계기로 자리잡길 바란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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