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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OTT공습에 VOD 늘렸는데…UHD화질 1%도 안되네
유료방송 VOD 보유 편수 5년 사이 급격히 성장
UHD 중심·고 ARPU 가입자 증가 강조하지만 UHD 비율은 미미
BM·소비자 니즈 부족해도 질적 성장 병행돼야
2022-06-25 06:00:16 2022-06-25 06:00:16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코로나19로 콘텐츠 수요가 늘어나면서 인터넷(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주문형비디오(VOD)를 확대하고 있다. 'OTT처럼 우리도 볼 것이 많다'는 것을 강조해 OTT로 이탈하는 수요를 잡으려는 전략이다. 매월 발생하는 서비스 이용료 외에 VOD는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추가적으로 올리는 캐시카우에 해당한다. 다만 양적으로는 콘텐츠의 수가 방대해지고 있지만, 선명한 화질로 즐길 수 있는 UHD급 화질의 보유 수는 비중이 미미할 뿐더러 증가율도 둔화된 모습이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식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유료방송 사업자별 VOD 보유 현황'에 따르면 IPTV3사의 VOD 보유 편수는 지난 5월 기준 88만8049편으로 코로나 이전, 국내에서 OTT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이전인 2017년 53만7324편 대비 65% 늘어났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의 보유편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료방송 사업자 중 가장 많이 VOD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IPTV 1위 사업자 KT가 아닌 딜라이브이기도 하다. 딜라이브는 5월 기준 38만2203편을 보유해 KT 대비 3만4722편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2017년 유료방송 가입자 3000만명 시대에 진입한 이후 시장은 포화돼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여기에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우며 방송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자 유료방송을 놓고 밥그릇 싸움이 치열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다른 사업자와 콘텐츠 보유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VOD 수급을 확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VOD 수가 급격하게 느는 것과 달리 UHD급 화질 비중은 1%도 채 안 되는 상황이다. IPTV 가운데 VOD 보유편수가 가장 많은 KT의 UHD 화질 편수는 2999편, 케이블TV 가운데 가장 많은 VOD를 보유하고 있는 딜라이브도 110건에 불과했다. 비중으로 따지면, KT는 전체 VOD 가운데 UHD급 화질 비중은 0.86%에 그쳤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UHD 가입자를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고객으로 분류한다. 가입자 확대가 정체돼도 고 ARPU 고객 확대 추세로 인해 실적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수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유료방송 협회 관계자는 "미래창조과학부 당시 정부에서 UHD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사업자들도 UHD 셋톱박스를 확대하며 전환을 준비했지만, 수년이 흘러도 UHD 콘텐츠 자체가 크게 늘지 않고, 이용자 니즈도 크지 않기 때문에 제자리걸음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UHD와 관련된 비즈니스모델(BM) 부족과 유료방송이 처한 환경을 고려할 때 양적 경쟁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은 학계를 중심으로도 나오고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시점에서 UHD 화질에 대한 시청자 니즈가 부족하다고 보는 편이 맞을 거 같다"면서 "오리지널 콘텐츠가 있는 OTT와 달리 유료방송은 지상파·CJ ENM(035760) 콘텐츠, 이제는 대작영화 등으로 킬러콘텐츠가 이동하다 보니 양적 경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가정의 TV가 대형화하는 추세로 시장 환경이 변하고 있고, 서비스 품질이 주요 경쟁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OTT들의 고화질 콘텐츠 공세에 소비자의 눈도 높아진 만큼, 이용자 가치 제고 및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UHD화질 편수를 늘리는 등 질적 성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양적 성장은 기업의 이익 확대로밖에 이어지지 않는다"면서 "소비자 권리 보호 차원이나 이용자 가치 제고를 위해서라도 질적 성장이 도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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