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미술품 조각투자' 속속 혁신금융 신청…"증권성 가져간다"
아트앤가이드·소투·아트투게더·테사 4곳 신청 또는 준비중
사업다각화·투자자보호 측면서 유리하단 판단
미술품 평가 역량·투자자보호 등 관건
2022-07-01 06:00:00 2022-07-01 10:50:58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미술품 공동투자 플랫폼 4곳이 투자 서비스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 신청에 나선다. 단순히 투자자들 돈을 모아 미술품을 매입하는 것뿐 아니라 작품을 수익증권화 또는 지분화해 발행한 뒤 투자자들이 이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 역할까지 수행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증권 투자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면서 국내 '아트 테크(미술작품 재테크)' 시장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술품 공동투자 플랫폼 '소투'를 운영하는 서울옥션블루는 이르면 이달 초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서울옥션블루는 국내 최대 미술 경매 기업 서울옥션의 자회사로, 작년 4월부터 소투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난달 29일 '아트앤가이드' 운영사 열매컴퍼니가 업계 최초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한 바 있으며, 아트투게더와 테사 역시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당국이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두달 전만 해도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들의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다. 실물자산을 공동 구매하고 실제 소유권을 나눠갖는 사업 모델 특성상 민법과 상법의 기존 틀 안에서 사업 영위가 가능하다고 자체 판단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말 증권성을 띠는 조각투자 업체들에 정식으로 증권업 인가를 받거나 혁신금융서비스 신청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사업 다각화 및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증권성을 인정하고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규제가 민법과 상법보단 자본시장법 쪽이 훨씬 강하고 우리 입장에서도 고객을 보호하는 게 중요한 이슈다보니 아예 증권으로 들어가버리자 판단한 것"이라며 "가이드를 받은 건 아니지만 모든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사업 운영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결정적 이유는 '거래소' 역할 수행을 위해서다. 공동구매한 그림이 팔리기 전이라도 고객끼리 조각상품을 매매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자본시장법 규제에 따르면 회사가 발행과 유통을 동시에 하는 건 불법이지만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통해 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서울옥션블루 관계자는 "그림은 언제고 팔릴 때까지 고객들이 갖고 있어야 하는데, 고객 자금이 너무 묶이지 않게 하기 위해선 고객들끼리 안전하게 매매할 수 있는 거래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당시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핵심은 미술품을 지분화해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아직은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샌드박스 지정을 통해 거래소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혁신금융서비스 신청과 함께 국내 아트테크 시장이 보다 활성화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 미술품 투자는 아직 재매각을 통한 차익실현에 머물러있는 수준이지만, 기술적으로 다양한 투자상품이 개발되고 증권 거래가 활발해지면 코인,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에 이어 새로운 투자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열매컴퍼니는 미술품 재매각 수익뿐 아니라 렌탈 및 전시 수익에 대한 청구권을 발행하는 식으로 조각투자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인테리어용으로 기관에 미술품을 대여해주면 많게는 월 1%의 렌탈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 역시 투자자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또한 미술품 담보대출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 5월 P2P 인가도 신청한 상태다. 아트투게더와 테사 역시 사업 다각화와 확장을 염두에 두고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에 나선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위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해선 기초 실물자산이 되는 미술품의 가치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투자자 보호 장치를 얼마나 잘 마련했는지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미술작품 투자에 대한 인식은 2011년 저축은행들의 미술품 부실담보 사태 이후 긍정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미술품이 여전히 탈세, 비자금 마련 등 키워드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도 업계에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여기고 있다.
 
이에 업체들은 미술품 매입과 매각 등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미술품 가치 평가에서 신뢰를 쌓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투는 미술 경매에 가장 뼈가 굵은 서울옥션에서 자회사를 두고 운영하는 플랫폼이며, 아트투게더는 국내 2위 미술품 경매사 케이옥션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고 있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미술품 자산 가치 평가 역량이 핵심이라 생각해 서울옥션, 케이옥션 등에서 많은 전문 인력을 영입했으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미술품 가격 범위를 산정하는 기술도 자체 개발해 특허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색감이나 구도 등 이미지 인식까지 가능한 인공지능 기반 가격 산정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