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소년법 폐지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
입력 : 2017-09-28 06:00:00 수정 : 2017-09-28 06:00:00
최근 부산, 강릉에서 연이어 발생한 여중생 폭행사건을 계기로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모든 관심이 소년법으로 쏠리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무조건적인 솜방망이 처벌은 지양해야겠지만, 형벌을 부과하는 건 어디까지나 범죄가 발생한 다음의 일이다. 소년법 폐지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범죄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피해자의 인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두 자릿수에 달하는 재범률을 어떻게 낮출 것인지에 대한 고민까지 해결할 순 없다.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청소년 범죄의 동기다. 진단을 제대로 해야 처방도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범죄의 원인이 되는 변수와 통제 가능한 변수도 추려야 한다. 범죄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고민해야지, 범죄자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에 매몰돼선 안 된다.
 
최근 논란이 된 사건들만 보자면 청소년 범죄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가해자는 물론, 같은 또래집단에 소속된 구성원들이 죄의식을 느낀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는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설명 가능하다. 개인은 특정 집단(준거집단)의 문화나 행동양식을 본인의 신념·태도·가치·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는데, 만약 소속집단과 준거집단이 일치한다면 소속집단의 행동양식과 일치하는 개인의 행위는 비록 범죄일지라도 일탈이 아니게 된다. 미국의 사회학자였던 에드윈 H. 서덜랜드도 범죄행위를 집단 내 접촉에 의한 습득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범죄는 집단 구성원들과 상호작용 과정에서 학습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이라는 게 이론의 핵심이다.
 
준거집단 개념에 차별교제 이론을 대입하면 청소년의 태도나 행동은 누구와 어울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타 집단과 교류 없이 소속집단(또래집단)에 고립되면 소속집단이 곧 준거집단이 돼, 소속집단 내에서 공유되는 태도나 행동은 모두 옳은 행동으로 인식된다. 오히려 다른 집단의 보편적 행동양식을 기준으로 한 행위는 소속집단 내에선 일탈이 된다.
 
청소년이 소속집단에 고립되는 건 사회 계층화와도 연결된다. 먼저 부모의 경제적 여건과 본인의 성적, 진학 목적에 따라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 일반고, 특성화고 등으로 집단이 나뉜다. 다시 방과 후 활동에 따라 학원에 가는 집단과 귀가하는 집단, 어느 한 쪽에도 속하지 않는 집단으로 나뉜다. 이 과정에서 한 학급 내에서도 수개의 집단이 형성되는데, 공동체로서 학교의 역할이 축소될수록 집단 간 분절화·계층화가 심해져 상호작용은 줄어든다. 결국 그릇된 행동양식이 공유되는 집단이라면 그들의 행위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것이 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공교육 약화다. 일부 학생이나 학부모 또는 특정 변수가 학교라는 조직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학교는 무규범 상태(아노미)가 된다. 특히 규범을 어긴 학생이 외적 변수에 의해 책임을 면제받는다면, 그 학생에게 그 규범은 더 이상 규범이 아니게 된다. 잘못한 게 없기에 당연히 죄의식도 없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청소년 범죄에 대한 대책은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청소년 또래집단 간 단절화·계층화를 해소하고, 공교육을 강화시키는 게 소년법 폐지보단 근본적인 대안이 아닐까 싶다. 64년 전 만들어진 소년법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
 
 
김지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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