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금융권 비리 뿌리째 뽑아야 경제가 썩지 않는다
입력 : 2017-11-09 06:00:00 수정 : 2017-11-09 06:00:00
"제가 은행에 다니고 있는데 어떻게 아들이 입사를 하겠습니까. 능력이 된다고 하더라도 눈치가 보여 금융권에 시험 보는 것조차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은행권 한 고위 임원의 얘기다. 최근 불거진 채용비리로 악화된 금융권 분위기를 자녀의 은행 입사에 빗대 한 말이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아버지가 다니는 은행에 자녀가 입사하면 그 은행은 안정적이며 탄탄한 곳으로 인정받으며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런 풍경은 ‘시대의 부도덕한 행위’라는 인식으로 낙인이 찍히는 분위기가 됐다. 자녀가 열심히 준비해 실력으로 금융권에 입사를 하더라도 쉬쉬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감독원과 민영화한지 얼마 안 된 우리은행도 온갖 곳에서 들어온 채용청탁까지 밝혀지면서 금융권은 국민들에게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금융권의 불법부당 행위를 공정하게 관리감독 해야 할 금감원에서 국회의원과 전직 고위 임원 등 힘 있는 사람들의 청탁을 받아 부족한 실력과 경력을 채워주기 위해 채용기준까지 바꾸는 행위를 한 것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채용인원의 10%를 금감원, 국가정보원, 돈 있는 VIP 고객 등의 추천으로 공채로 채우는 일이 암묵적이고, 당연하게 이뤄졌다.
 
이른바 ‘백’도, 돈도 없이 성실하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기가 찰 일들이다. 사력을 다해 취업을 준비해 은행에 입행한 은행원들 역시 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한민국의 사회적 분노가 극단적으로 치닫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금융권에서는 주변 지인 자녀들의 취업 문제를 걱정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실정이다.
물론 과거에도 분명히 지금보다 더 심각한 채용청탁은 있었다. 돈과 권력, 인맥 등을 활용해 취업을 하는 사례도 상당했다.
 
지금은 대기업 등 취업이 예전보다 더욱 어려워지고 제한되니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지면서 이 같은 채용청탁이 더욱 부각돼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과거와 현재의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취업한 것에 대한 체감 정도 혹은 언제가 더 심각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바로 더 이상은 이런 반칙과 부정, 부패 등 ‘적폐’가 척결돼야 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최근 금융권의 부끄럽기 짝이 없는 채용비리가 드러난 것이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
 
요즘 우리 사회는 ‘공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런 기회에 금융권 전반에서 벌어진, 그리고 벌어지고 있는 각종 비리들을 모조리 뿌리 뽑아야 한다. 그동안 금융권은 우리나라 경제의 든든한 한 축으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국가 경제의 최후의 보루였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 오랜 기간 동안 이 같은 비리로 경제의 한 축인 금융권이 계속해서 썩어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부가 직접 나설 때다. 금융당국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금융권과의 뿌리 깊은 그리고 검은 끈으로 단단히 엮여 있는 결탁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 고리를 끊을 때 금융인에 대한 국민들의 진정한 신뢰와 존중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금융권에 종사하고 있는 부모세대, 그리고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인 우리 자녀들도 당당함과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까.
  
고재인 기자 jik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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