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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JSA서 한국당이 원한 대응은 뭐였을까
2017-11-23 06:00:00 2017-11-23 06:00:00
최한영 정경부 기자
지난 9월, 한 러시아인의 죽음이 뒤늦게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 예비역 소련군 중령. 1983년 9월26일, 소련군 핵무기 관제센터 담당자였던 그는 모스크바 외곽 비밀 군사기지에서 당직근무 중이었다. 순간, 기지에 미국이 핵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경보가 울렸다. 뒤이어 두 번째 경보가 울렸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4발이 추가로 발사됐다는 정보도 들어왔다.
 
페트로프는 신중했다. 빠른 확인·검토를 거쳐 상부에 "경보시스템 오작동이 틀림없다"고 보고했다. 실제 소련 방공시스템이 구름에 반사된 햇빛을 미사일로 인한 반사광으로 오인해 경보를 울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그가 경보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상부에 보고했다면 소련은 미국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는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넣을뻔한 위기가 한 장교의 냉철한 판단으로 해소된 순간이었다.
 
22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JSA 북한군 귀순 관련 조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북한군 병사가 귀순했을 때 우리 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한동안 논쟁이 있던 차였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처음으로 북한군의 총탄이 우리 지역에 피탄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이 일어났는데, 우리 군은 대응사격을 왜 안했느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브리핑 막바지, 채드 캐롤 유엔사 대변인은 “유엔사 경비대대의 대응은 비무장지대를 존중하고, 교전 발생을 방지하는 정전협정의 협정문 및 그 정신에 입각해 이뤄졌다고 결론지었다”는 빈센트 브룩스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의 메시지를 전했다. 캐롤 대변인은 해당 부분을 두 차례 반복했다. 당시 북한군 추격조가 우리 군에게 총격을 하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대응사격을 하는 것이 유엔사 교전규칙에 어긋남은 물론 자칫하면 우리가 도발한 것으로 몰릴 수 있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현장에 있던 우리 군 장병들의 대응이 적절했다는 것이다.
 
‘현장’의 중요성은 모든 사람들이 강조한다. 15일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 직후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조치가 이뤄진 것도 “모든 상황을 현장에서 판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의 판단을 기초로 한 수능 1주일 연기 조치는 적절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반대로 현장의 판단을 무시한 ‘탁상공론’의 폐해는 우리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엔사 브리핑 후 한국당 장제원 대변인은 “북한군이 MDL을 넘어와서 총부리를 겨눠도 우리 군은 아무 대응도 하지 못했다. 구조해야 할 귀순 병사를 우리 군이 쳐다만 보고 있는 모습은 가관”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장 대변인의 논평을 들은 JSA 한국군 대대장·병사들과 페트로프 중령의 반응이 궁금하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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