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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인사, 신동빈 회장 재판결과가 최대 변수
오너리스크에 내년 초로 연기…'비상경영', 일부 계열사 수장 교체 가능성 대두
2017-11-24 06:00:00 2017-11-24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낸 롯데그룹의 정기 인사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2월 크리스마스 전후로 인사가 단했됐지만 지난해 인사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올해 2월 단행된 바 있다. 올해도 다음달 22일 신동빈 회장의 재판이 있는 만큼 이 결과를 바탕으로 '비상경영 체제'의 틀을 갖추던, 경영안정화를 꾀하던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올해 인사는 그룹 '창립 50주년'과 '롯데지주' 출범 후 첫 인사라는 점에서 더 이목을 끌고 있다.
 
2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매년 연말에 하던 롯데의 정기인사는 내년 초로 미뤄질 전망이다. 전방위 검찰 수사가 펼쳐졌던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불똥까지 튀면서 처음으로 인사를 이듬해(올해 2월)로 넘겼던 데 이어 또 한번의 연기다.
 
정기인사를 연기한 배경은 다음달 22일로 예정된 신동빈 회장의 1심 선고와 무관치 않다. 롯데지주 출범 이후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신 회장이지만, 자신의 앞날 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인사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롯데 안팎에선 신 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인사시기와 내용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신 회장의 경영비리 혐의와 관련해 '10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한만큼 신 회장의 공백사태가 현실화 될 경우, 그를 대신해 비상경영체제를 이끌 적임자를 세워야 하는 최악의 경우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SK그룹이 단적인 예로 거론된다. 과거 이미 두 차례 최태원 회장의 부재를 경험한 SK그룹은 사장단회의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비상경영을 유지했고, 당시 김창근·구자영 체제가 오너역할을 대신한 적이 있다. 물론 이같은 상황은 롯데에게 '최악의 가정'이다.
 
이같은 상황을 피해간다고 해도, 이번 롯데의 정기인사에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비롯한 이른바 '물갈이 인사'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올해 2월 단행된 인사에서 전에 없던 BU(비즈니스유닛)사업부 체제가 처음 도입되며 책임경영을 강화했고, 현재 안착단계로 접어들고 있어서다. 또한, 이미 신동빈 회장의 '원롯데'를 위한 세대교체가 곳곳에 이뤄졌기 때문에 '쇄신'보다는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교체되지 않았던 일부 계열사 대표의 경우, 유임과 교체를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중국의 사드보복 직격탄을 맞으며 심각한 영업난에 시달렸던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의 거취가 관심사다. 중국 롯데마트 철수까지 추진 중인 가운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라도 다가올 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순혈주의'를 고집해오던 롯데그룹 내에서 김 대표가 '정통 롯데맨'이 아니라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해준다. 그는 에쓰오일 전략기획을 맡았던 외부 출신 인사다. 2003년 롯데쇼핑 백화점 경영전략팀으로 옮기며 롯데와 인연을 맺었고, 2003년부터 롯데마트로 적을 옮긴 뒤 중국본부 본부장까지 맡으며 현재 대표자리까지 올라와 있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 롯데마트 철수작업이 아직 한창 진행 중이고, 최근 수익성 개선도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유임에 무게를 둘 것이란 시각도 동시에 나온다.
 
2012년부터 오랜기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용수 롯데제과(280360) 대표의 유임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 대표는 롯데 계열사 대표 중엔 최장수에 속한다.
 
올해 들어 악화된 롯데제과의 실적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해준다. 롯데제과는 연결기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고 당기순손실 234억원이 발생해 전년대비 적자 전환했다. 롯데지주 출범에 따른 지분 이관 등이 실적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미 오랜기간 대표직을 유지한만큼 세대교체의 대상이 될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 올 초 새롭게 출범한 4개 BU장(유통·식품·화학·호텔)들은 이제 안착 단계에 접어든만큼 대부분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허수영 화학BU장의 경우, 지난달 17일 검찰로부터 허위 회계자료를 근거로 정부로부터 수백억원의 세금을 돌려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9년과 벌금 466억여 원, 추징금 4300여만 원을 구형받은 상황이어서 선고결과에 따라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의 1심 선고에 그룹 내부의 관심이 모두 쏠려있어 아직 정기인사 일정까지 못박진 않은 상태"라며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재판결과가 나오고 정기인사 역시 안정된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최순실 뇌물 관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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