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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훈풍…경협 상징 '현대' 재조명
1998년 금강산 관광 쾌거…개성공단 폐쇄로 악화일로
2018-01-17 06:00:00 2018-01-17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남북관계에 다시 훈풍이 불면서 현대의 길이 재조명되고 있다. 현대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의 상징이었으나, 외풍에 불운한 역사를 써내려간 비운의 재계 왕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군사긴장 완화를 언급하자, 이튿날 현정은 현대 회장은 "남북이 평화의 길로 접어들 것을 의심치 않는다"며 "남북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을 위해 사명감을 더욱 견고하게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가 경협에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갖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대북사업을 전담하는 현대아산은 1999년 2월 설립 이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개발,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경협과 민간교류를 담당했다. 하지만 보수정권 9년 동안 금강산 길이 막히고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대북 채널마저 끊겼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계속된 북한의 핵 위협에 창업주의 정신만 이어갈 뿐이었다.
 
1998년부터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통일로 가는 길목의 기념비적 사건이다. 강원도 통천 출신의 실향민인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1997년 최초의 정권교체와 함께 햇볕정책이 추진되자, 숙원인 대북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특히 그가 집을 나설 때 들고 나왔던 소 1마리에 이자 1000마리를 얹힌 소떼 방북(1998년)은 프랑스 철학자 기 소르망이 "20세기 최후의 전위예술"이라고 극찬할 만큼 국제사회에도 충격을 줬다. 이듬해에는 현대아산까지 설립, 금강산 관광을 전담시켰다. 현대아산은 2000년 북한과 개성공단 조성 합의 과정에 주도적 역함을 담당한 데 이어 개성공단 부지 조성과 입주기업 공장 건설, 면세점 운영도 맡았다. 이산가족 상봉 등 민간 실무작업도 책임졌다.  
 
비극도 있었다. 2003년 8월 불법 대북송금에 연루, 정몽헌 회장이 투신했다. 앞서 2002년 한나라당은 현대상선의 대북 비밀송금 의혹을 제기했고, 이듬해 1월 감사원은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4000억원 중 2240억원을 북한으로 보냈다"고 발표한다. 같은 해 대북송금 특검이 시작되자 현대가 전력·철도 등 '대북 7대 사업권' 구입 명목으로 4억5000만달러를 북에 몰래 송금한 게 드러난다. 이후 현대에 고강도 수사가 진행됐고, 정 회장이 서울 계동 사옥에서 투신하며 막을 내린다. 현대의 대북사업에도 오점이 됐다.  
 
총수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굴곡이 있었지만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는 여파가 없었다. 하지만 2007년 대선으로 다시 정권이 교체되면서 사태는 돌변한다. 2008년 7월 금강산을 여행하던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초병에 피살되자, 정부는 즉각 금강산 관광을 중단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태로 정부가 5·24 조치를 발표하면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은 모두 멈췄다. 급기야 2016년 2월 박근혜정부가 개성공단까지 중단하면서 현대는 물론 민간의 대북사업은 맥이 끊긴다.
  
현대 측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후로도 금강산 시설 유지·보수를 위한 인원들을 북한에 파견했지만, 개성공단이 중단된 후 이것도 막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의 대북채널도 끊겼다. 민간을 통한 정부의 비공식 입장 전달도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매출은 2007년 2555억원에서 2016년 910억원으로 3분의 2가 줄었고, 직원 수도 1070명에서 169명으로 감축됐다. 그럼에도 창업주의 호 아산을 지키며 남북이 다시 교류할 날만을 기다린다. 현대는 "언제든 대북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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