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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기무사 문건, 손가락 말고 달을 봐야
2018-07-19 06:00:00 2018-07-19 06:00:00
최한영 정치부 기자
살다보면 본질보다 현상에 집중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러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만을 놓고 지나친 갑론을박을 벌이면 지금껏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법안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은 국회의 직무유기는 묻힌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누구로 할 것이냐에 대한 관심은 한편으로 그간 누적된 대한축구협회 개혁 문제를 덮는다. 사람들의 뇌리에서 본질은 잠시 잊혀진듯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바꾸지 못할 경우 나중에 더 큰 화가 되어 돌아온다.
 
박근혜정부 당시 ‘정윤회 문건’ 사태도 그랬다. ‘정윤회의 국정개입은 사실’이라는, 2014년 11월 세계일보 특종보도의 본질은 어느새 사라졌고 그 자리를 “문건을 누가 유출했느냐”는 문제가 채웠다.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박관천 행정관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가 씌워졌고 한 경찰관은 의문의 자살을 했다. 그 와중에 국정농단 사건은 묻혔다. 그때라도 ‘비선’ 문제를 바로잡았다면 적어도 이후 벌어진 일들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지 모른다.
 
작년 초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을 검토했는지 여부가 요즘 화두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출범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부, 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간 모든 문서·보고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실제 계엄령 실행준비 여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단순 검토였다” “치안대책 마련을 위해 군이 당연히 해야 할 조치를 ‘침소봉대’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맞는 주장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계엄령 준비 여부에 집중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정치적 의도나 기획설 등을 거론하는 사람들의 의심을 거둘 수 있고, 조사가 끝났을 때 또 다른 논쟁이 생기지 않으며, 책임소재도 명확히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수의 관심이 계엄령 문건 늑장보고 논란과 청와대가 관련 사실을 정확히 인지한 시점 등에 쏠린다. 후속대응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방부 간 엇박자 혹은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이를 두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형적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보는 식의 보도’”라고 우려했다.
 
본질을 벗어난 지엽적인 소식이 쏟아지면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주게 마련이다. 관심이 멀어지면 수사에 임하는, 정보를 취합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도 영향을 준다. 논점이 흐려지는 와중에 뒤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우려도 든다. 이 모두가 기자만의 쓸데없는 걱정이기를 바랄 뿐이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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