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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들도 조양호·박삼구 퇴진 요구…"항공재벌 돕는 필수유지업무 폐기"
"항공재벌 갑질 견제할 수단 없어"…2006년 필수유지업무 지정 후 노조활동 제약
2018-07-19 15:41:56 2018-07-19 15:41:56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항공사업의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의 총수일가 갑질과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 및 운항지연 사태 등이 항공재벌에 대한 내부 견제 실종 때문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항공사업은 2006년부터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 쟁의권이 제한되면서 노조가 경영진의 폭주를 저지할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양대 항공사 노조는 조종사 1500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 필수유지업무 폐기를 요구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는 19일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와 함께 항공사업의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기를 요구를 담은 입법 의견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필수유지업무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규정된 제도로, '업무가 정지·폐지될 때 공중의 생명이나 건강, 신체 안전,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로 제한된다. 정부는 2006년 항공운수업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 항공기 조종과 객실 승무 등 14개 종사업종을 필수유지업무로 묶었다. 이에 항공운수업은 파업 등 단체행동권이 제약됐다. 2016년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11년 만에 파업했을 때도 해당 제도로 인해 전체 조종사의 20%밖에 참가하지 못했다.
 
19일 전국공공운수노조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와 항공사업의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기를 요구하며 입법 의견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그간 노동계는 항공사업의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사회적 화두로까지 부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대한항공 갑질 사태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과 연쇄 운항지연을 겪으며 총수 책임론이 제기됐고, 이들의 전횡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기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물컵 갑집을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내부 의견을 묵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으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경우 그룹 재건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권을 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김성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총수일가가 벌인 갑질과 범죄 행위는 분노스럽다 못해 부끄러울 지경"이라며 "양대 항공사는 총수 개인 소유였고 무소불위의 권력은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견제장치도 없는 항공재벌들의 갑질에는 위헌적이고 과도한 단체행동권 제약이 존재했다"며 "항공재벌의 불법과 전횡을 뿌리 뽑고 항공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항공사업의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항공사업을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할 근거가 부족함에도 항공재벌들과 정부가 노조의 단체행동을 우려, 지정을 강행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필수유지업무는 항공재벌의 갑질을 정부가 묵인하고 용인하고 부추기는 법률"이라면서 "원래 필수유지업무 대상에는 항공운수업이 없었는데 2006년 갑자기 끼워졌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2005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파업을 겪은 항공사가 향후 단체행동을 우려, 파업을 못하게끔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해달라고 로비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는 20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네 번째 집회를 열고 박 회장 등 경영진의 퇴진을 재차 촉구할 계획이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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