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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아우성에도 표준계약서만 강조하는 중기부
"가맹본부와 개별 협상 사실상 불가능"…전속고발권 폐지·처벌규정 등 필요
2018-07-19 17:22:42 2018-07-19 17:22:42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 대해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표준가맹계약서상 비용 증가분을 가맹본사에 요구할 수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개별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점주들이 비용분담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현실을 모르는 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홍 장관은 지난 18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작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한 편의점 표준계약서에 최저임금 인상분을 가맹본부에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대부분 이 계약서를 쓰고 있는데, 만약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갑질 조항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약서 변경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해 말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비용이 늘어나면 가맹점이 가맹본부에 가맹금액 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했다. 가맹본부는 부득이한 사유가 없을 경우 요청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조정을 위한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가맹수수료로 지급하는 편의점의 경우 가맹수수료 조정 협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가맹점주들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가맹본부와의 관계에서 이런 요구가 사실상 받아들여질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개정 표준가맹계약서가 활용됐기 때문에 이전에 계약을 맺은 대부분 점주들에는 해당사항이 없고, 이후 계약에서도 활용률이 떨어진다고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19일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는 "대기업과 점주가 개별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매년 협상을 한다는 건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라며 "전혀 실효성이 없는 조항인데도 이런 내용을 홍보하고 있어 황당하다"고 말했다.
 
다른 전편협 관계자 역시 "본부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해도 안 된다고 하면 그만"이라며 "표준계약서 개정 이후에 이뤄진 계약에서도 이런 조항을 대부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표준가맹계약서는 공정위에서 권고하는 내용일 뿐이어서 업계 자율적으로 수정해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주는 대기업 계열사인 가맹본부와 개별 계약관계를 맺고 있어 협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거래관계 개선을 위해 가맹점주의 단체구성권과 협의권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가맹본부는 단체 대표성을 문제삼는 등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정위는 하반기 중으로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해 협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전편협에서 편의점 가맹본부에 논의 협조공문을 보낼 계획이지만 전편협측 역시 큰 기대를 걸지는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할 때 사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수 있듯이 가맹본부가 협상을 거부할 경우 처벌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8명으로 구성된 공정위 가맹거래과가 개별 계약을 전부 감독할 수 없기 때문에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지자체를 비롯해 다른 부처와 협업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남근 변호사는 "공정위가 전문성을 내세우며 권한을 쥐고 있는데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조직이 작아서 일년에 많아야 3~4개 업종을 조사할 여력밖에 안된다. 가맹점주와 가맹본부의 관계에서도 집단 교섭을 응하지 않으면 불공정행위로 보는 등의 방식을 통해 강제성을 부여해야 현재의 불균형 관계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표준가맹계약서가 열위에 있는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일정부분 보완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가맹점주 단체와의 협상에서도 협의에 응할 의무만 규정할 뿐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재 규정이 없어 향후 법 개정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성북구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사무실에서 전편협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공동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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