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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빠지는데 증권사 매도보고서 '실종'
10월 매도의견 1개 불과…외국계 매도보고서는 1년새 14%
2018-10-24 06:00:00 2018-10-24 06:00:00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국내 증시가 불안한 조정 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보유 종목을 '팔라'고 권하는 매도 의견 보고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종목에 대해서만 목표주가 하향 보고서가 나왔을 뿐, 투자의견을 그대로 유지하는 곳이 대다수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31개 증권사 중 이달 들어 투자의견 '매도'를 낸 보고서는 전체 812개 중 단 1개에 불과했다. 이 기간 키움증권 1곳에서만 매도 보고서가 나왔다. 
 
에둘러 매도 의견을 나타내는 중립을 낸 증권사는 KB증권, KTB증권, SK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등 15곳이었다. 이에 반해 교보증권, BNK투자증권, 부국증권, 흥국증권 4개 증권사는 매수 의견 일색이었고, 의견을 따로 명시하지 않아 결국 매수 보고서만을 내고 있는 증권사도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신영증권 등 10곳에 이르렀다. 
 
지난 19일에 이어 23일에도 코스피가 장중 연중 최저점까지 하락했다. 지난 11일 코스피가 7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하는 검은 목요일이 펼쳐지면서 65조원이 증발하는 등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증권사 매도 보고서 비중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매도 보고서는 주로 외국계 증권사에 집중돼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최근 1년 새 매도 보고서를 낸 47개 국내외계 증권사는 18곳이었다. 이중 4곳만이 국내 증권사로 이들의 매도 보고서 비중은 1%에 머물렀다. 반면 매도 보고서를 낸 외국계사의 평균 비중은 14%였다. 
 
증권사별로는 씨지에스 씨아이엠비증권 홍콩 한국지점이 32%로 가장 매도 보고서 비중이 높았고 씨엘에스에이코리아증권(31%),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 서울지점(23%),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 서울지점(18%), 유비에스증권리미티드 서울지점(15%)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국계사의 경우 리서치 보고서가 주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유료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목표주가와의 갭(gap)에 대한 향후 의견을 나타내는 투자의견의 정확도 등에 따라 매매수수료 수익에 영향을 받게 된다. 기관투자자가 보고서의 질에 따라 주문을 내는 증권사의 순위를 결정하는 구조다. 
 
이에 반해 국내 증권사의 보고서는 무료로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국내에 전무하다시피한 매도 의견을 내야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누구나 열람 가능해 외부에 대한 피드백이 즉각적인 상황이라는 점 때문에 외부압력에 대한 부담감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별로 투자의견에 대한 기준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다. 현 주가와 목표주가의 격차가 커지면 목표주가만을 낮추는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업계에 일상적인 관행이다. 보고서가 국내에서는 투자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의 역할을 하고 있어 부담을 가지면서까지 의견을 내야할 별다른 유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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