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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IP금융 활성화, '줄세우기'식 안된다
2018-12-12 08:00:00 2018-12-12 08:30:36
이종용 금융팀장
정부가 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을 전체 은행권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IP우대 대출상품 출시를 정책자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의 유·무형 자산을 포괄적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일괄담보제도' 도입을 주문한지 한달도 되지 않아 나온 대책이다.
 
일괄담보제도의 연장선에서 나온 IP금융은 지식재산을 투자대상이나 담보·보증으로 삼는 금융활동을 말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제도 시행 당시 738억원이던 IP금융 규모는 지난해 3679억원이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IP금융 규모를 2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동산담보대출이라는 생소한 대출도 이제 막 발을 뗀 은행들은 내년부터 IP담보대출에 뛰어들어야 할 상황이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정부 부처는 IP금융으로 대표되는 동산담보대출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지난 정부의 대표적인 금융정책으로 꼽히는 기술금융이 오버랩된다. 기술금융은 담보가 부족하더라도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대출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당시에 금융위원회는 기술금융 실적이 우수한 은행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그렇지 못한 은행에는 패널티를 물리겠다며 압박에 압박을 거듭했다. 기술금융이 2014년 도입된 이후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실적 부풀리기에 급급해 '무늬만 기술금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IP금융 활성화 대책의 내용 역시 앞으로 은행들 줄세우기식 경쟁으로 흐를 공산이 커보인다.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은행권의 기술금융 실적평가에 IP 담보대출 실적을 주요 평가지표로 포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IP담보대출 실적이 기술금융 실적과 합산하게 돼 있어 은행권의 취급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IP담보대출 실적이 미흡한 은행들은 기술금융 순위에서 떨어지게 된다. 금융당국 상반기와 하반기 말 매년 두번씩 기술금융을 비록한 사회적금융에 기여한 은행권 순위를 발표한다. 순위 발표에 민감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실적 관리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게 사실이다.
 
물론 IP금융을 비롯한 동산담보대출이 잘못된 방향이라는 것은 아니다. 동산담보대출이 활성화되면 단지 창업기업, 초기 중소기업 등 담보력이 취약한 기업만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라 금융사의 미래 먹거리로도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상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동산담보대출 조급증에 걸린 당국과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은행권의 행태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할 한 가닥 희망인 IP담보대출은 정권의 코드맞추기식 이벤트로 사라질 공산이 크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선 '중소기업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동산담보 확대정책에 맞물린 은행권의 지원 노력에 따른 실질적인 수혜가 중소기업에게 돌아가야 한다. 벌써부터 실적 조급증에 걸려서는 안된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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