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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점주 외면하는 가맹본사
2019-01-16 06:00:00 2019-01-16 06:00:00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을 찾았다. 국내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BBQ 가맹점주들이 '전국BBQ가맹점사업자협의회'란 단체를 발족하는 자리였다. 애초 행사는 오후 2시 열릴 예정이었지만, 주최 측에서는 20분 정도 늦을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전국 각지에서 가맹점주가 모이다 보니 시간이 좀 지체된다는 설명이었다.
 
BBQ 가맹점주들은 그날의 생업을 제쳐두고 상경했다.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장사할 수 있도록 다른 가맹점주들과 힘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절대 유쾌하지 않은 자리에 참석하는 그들 각자의 속내는 알지 못했지만, 절박한 심정인 것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가맹본부로부터 부당한 거래가 이뤄졌지만,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라고 호소했다. 가맹본사가 점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본사와 대립하는 자리가 아니다. 본사에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본사가 잘 돼야 가맹점도 잘 된다는 인식을 놓지 않은 채 다만 본사 스스로 약속한 동행 방안을 이행해 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이날 발족식에서 가맹점주들의 외침을 듣다 보니 이보다 훨씬 앞선 지난 2013년 초여름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한 우유업체 앞에서 대리점주들이 본사의 이른바 '갑의 횡포'를 비판했던 현장이 떠올랐다. 당시 우유업체와 대리점주들이 상생협약을 체결하면서 해당 문제는 해결됐지만, 그로부터 6년이 돼가는 현재 여전히 가맹점 또는 대리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본사가 수두룩한 현실이 참으로 답답하다.
 
커피, 제빵 등 외식은 물론 화장품, 편의점, 자동차 정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을의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단체가 공식적으로만 30여개가 결성돼 있다. 고질적인 갑을구조 문제가 이런 단체들을 계속 양산하는 것이다. 원천적으로 폐단을 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발족식에 참여한 한 여당 의원은 "본사가 가맹점 단체의 대화에 응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제도 개선 법을 발의했다고 한다. 대화 테이블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니 경영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기업 경영의 성공방정식에서 상생은 필수가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아직 본사가 상생의 의미를 모른다면 결국 사회가 등 돌리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너무 늦지 않게 점주들의 외침에 귀를 열길 바란다.
 
정해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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