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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신창재 회장, 우유부단의 마침표 찍어야
2019-03-20 15:01:05 2019-03-20 15:01:05
고재인 금융부장
"신창재 회장이 20년간 보여준 게 없다. 안정적인 운영을 해왔지만 그게 끝이다. 그 이상 나아간 것이 없는데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최근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들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신경전을 벌이면서 금융권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현재 교보생명 FI들이 풋옵션(지분을 특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이행을 요구하면서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신청을 한 상황이다. 신 회장이 직접 중재신청을 철회하고 협상을 하자고 요청했지만, FI들은 믿지 않는 분위기다. 중재절차를 진행하게 되면 길게는 1년 동안의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주당 콜옵션 이행 가격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고 있는데 FI측이 요구하는 주당 40만9000원대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신 회장의 경영권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신 회장의 경영권 방어는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지분 24%를 매각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신 회장은 외국계 투자자로 구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들도 1조2054억원을 투자해 경영권을 가지지 않는 백기사로 나섰다. 신 회장도 2015년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주간 계약을 해줬다.
 
경영권을 내주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금을 받았으면 기대 이상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FI들에게 희망보다 실망으로 신뢰를 저버리는 경영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수차례에 걸친 IPO 추진 후 번복,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은행 인수전에 뛰어들려다가 포기,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 인수전에 나서려다 포기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더욱이 ING생명 인수전의 경우 인수의향서(LOI)까지 냈지만 매각 주체인 MBK파트너가 후보자격을 박탈시키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투자자들 불신의 싹은 2년 전 자살보험금 사태로 발화했다.(뉴스토마토 2017년 3월1일 <(토마토칼럼)신창재 회장 ‘연임=경영 능력 시험대’ 기억해야> 기사참조.)
 
당시 신 회장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오다가 금융당국이 CEO를 포함한 강경 징계 입장을 밝히자 곧바로 이사회를 소집해 그 어느 때도 볼 수 없었던 결단력을 발휘해 대형사 중 가장 먼저 자살보험금을 지급했다. 
 
IPO나 인수합병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신 회장이었지만 CEO 자리가 위태로워지자 회사 수익보다는 자신의 입지를 위한 적극적인(?) 결단력의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상황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심히 실망스러운 결단력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 다시 우려되는 것은 금융당국에서는 당시 자살보험금 해결사를 이번에 보험 부문 부원장보에 배치한 상황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즉시연금 미지급이 신 회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의 우유부단함과 안일한 판단력, 자리만 지키려는 것 같은 모습이 급변하고 치열해지는 금융권에서 대형금융사로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신 회장은 경영권 유지에만 신경을 집중해 전문경영인 없는 상황을 오래 이어왔다. 최근 그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 하지만 일부에서 신 회장 의중을 잘 아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제 쓴소리하고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는 전문경영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신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몇 안 된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 투자자들과 대결구도를 만들 경우 오랜 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과 주주들에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체, 퇴보해가는 교보생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교보생명 고객과 주주,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이번에는 통큰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 더 후회할 상황을 맞이하기 전에 말이다. 
 
고재인 금융부장 jik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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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서 지켜보지도 않았으면서 함부로 말하는건 아닌듯

2019-03-20 20:52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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