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혁신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입력 : 2019-05-20 08:00:00 수정 : 2019-05-20 08:40:16
이종용 금융팀장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부가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혁신성장에 정책 초점을 맞췄고, 당국은 기업 투자 확대의 물꼬를 터달라며 금융권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자금 혈맥을 맡고 있는 은행권에서만 100조원이 넘는 자금을 수년간 혁신금융 정착에 투입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는 부동산 담보와 가계 대출 위주인 기존의 금융 구조를 바꿔 지식재산권(IP)이나 동산 등을 담보로 한 금융 서비스를 활성화하려 한다. 당국은 은행권 기술금융 실적 평가에서 IP담보대출 부문을 떼어내 별도로 집계하기로 했다. 은행별 IP 담보대출 실적을 상반기 은행 평가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시중은행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동산담보대출이라는 생소한 대출에 이제 막 발을 뗀 은행들은 IP대출에 뛰어들었다.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신한성공 두드림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을 출시했다. 우수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취득하고, 가치평가 금액의 최대 60%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지식담보대출 상품을 새로 출시했고, 국민은행도 관련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IP대출 실적 평가가 초반 기술금융 평가와 같이 줄 세우기식으로 흐를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IP대출은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고 리스크가 높지만 당국이 드라이브를 걸면 은행은 좇아갈 수 밖에 없고 부실이 생기면 책임은 결국 은행이 진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사회적금융도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는 얼마전 2018년 은행별 사회적경제기업 지원 실적을 나열했다. 1등을 차지한 은행은 홍보성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축제 분위기였다. 금융위는 분기별로 은행별 우수사례를 소개하고 사회적경제기업 대출 활성화를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혁신금융에 나서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한다. 취약업종으로 빠진 전통산업, 그리고 담보력이 취약한 창업기업이나 벤처기업만 혁신금융의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금융사 입장에서도 저성장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혁신금융은 이뤄져야 한다.
 
다만, 기존의 틀을 깨야하는 혁신에서 순위를 매기는 것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혁신금융 분야에서 은행들이 어느 정도의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실적 채우기에 나서는 모습이 과연 올바른 방향일까. 금융권에서 진행되는 혁신금융의 모습은 핀테크 기업에 투자를 늘린다거나 IP담보대출을 확대하는 등 대동소이하다.
 
혁신금융에 조급증이 걸린 당국과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은행권의 행태가 이어진다면 이명박정부의 '녹색금융', 박근혜정부의 '창조금융'에서 '혁신금융'으로 이름만 바꿔달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권마다 정책효과를 높이기 위해 금융사들은 실적 쌓기에 매달렸고 정권이 바뀔때 마다 사라졌다.
 
당국은 혁신금융을 잘하는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질적 또는 양적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잘하지 못하는 금융사에 패널티가 들어가는 평가라면, 그것은 줄세우기와 다를 바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이란 모든 낡은 것에서 변화를 의미한다. 정부와 금융권 모두 혁신금융에 매달린 이때, 혁신이란 것에 점수를 매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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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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