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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심원들’ 박형식 “진짜 울 뻔 했을 때 소리 누나 보였다”
“‘진짜 사나이’ 속 ‘아기 병사’, 영화 속 ‘남우’와 비슷했다”
“실제 배심원 기회 온다면? 절대 못할 것 같더라 힘들다”
2019-05-19 00:00:00 2019-05-19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정말 그 당시에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시기에 섭외가 들어온 프로그램이었다.” 박형식에게 아기 병사란 타이틀을 선사해 준 MBC 주말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오는 6 10일 진짜 입대를 앞두고 있다. ‘진짜 사나이시절 경험해 온 수도방위사령부에서 군복무를 시작하게 됐다.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한단다. 물론 가장 설레는 것은 자신의 데뷔 첫 스크린 출연작 배심원들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이다. 대선배인 문소리와의 호흡이었으니 따지고 보면 박형식은 그저 숟가락 하나 더 얹었을 뿐이라고 에둘러 봐도 무방하다. 물론 그렇다고 박형식이 겨우 숟가락 하나 얹어 놓은 존재감은 아니다. 그는 영화에서 우리 모두를 대변하고 우리 모두의 편견을 대변하며 우리 모두의 가슴 속 어딘가 숨어 있는 정의를 대변한다. 박형식은 가볍게 웃으며 가볍게 대답하고 가볍게 바라봤다. 하지만 그의 진짜 속내는 그 누구보다 무겁고 또 무거웠다. 그건 분병히 느껴졌다.
 
배우 박형식. 사진/UAA
 
데뷔 이후 첫 번째 상업 영화였다. 법정 영화였다. 대선배 문소리를 포함해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활약하는 여러 대선배들이 줄줄이 출연을 결정했다. 박형식으로선 사실 별 부담 없이 선배들의 그늘에서 쉬어도 될 듯한 라인업이었다. 그대로 첫 작품이기에 철저하게 준비를 해가려고 노력했다. 감독님과의 소통에서도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은 정말 의외였다고.
 
하하하. 진짜로 감독님이 넌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와라였어요. 정말 아무것도(웃음). 그냥 대사만 외웠어요. 이 부분에서 제가 연기하는 남우가 어떤 감정이고 여기선 남우가 대체 왜 이런 거지 등등. 아무것도 궁금해 하지 말아라 그냥 와라. 이게 감독님이 저한테 한 주문이었죠. 아마도 진짜 사나이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하나씩 배워 나가던 제 모습을 영화 속 남우에게 대입하신 것 같아요. “
 
벌써 진짜 사나이출연도 4~5년이 흘렀다. 그 당시 순수하게 목적에 접근해 가던 박형식의 모습과 달리 그는 이번 작품 첫 준비부터 목적을 두고 공격적으로 접근했다. 그 모습에 연출을 맡은 홍 감독도 다소 당황했던 것 같다고 박형식은 웃는다. 물론 그 당시의 박형식과 지금의 박형식은 분명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영화 속 자신의 모습에 100% 만족하기 힘들다고.
 
배우 박형식. 사진/UAA
 
“‘진짜 사나이시절의 박형식이었다면 오히려 배심원들남우가 더 완벽하게 나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저 개인의 연기는 정말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결과물이 좋다고 자부합니다. 처음 상업 장편 영화를 찍었으니 촬영 당시에 왜 이렇게 찍는 거지’ ‘이건 어떤 의미일까라고 궁금해 했던 게 결과물을 보고 나니 전부 알게 되더라고요.”
 
물론 결과물을 보니 이제야 알게 된 게 정말 많았지만 촬영 당시에는 진땀을 흘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단다. 촬영 초반 정말 크게 중요하지도 않은 장면이었다고. 문소리와 대화를 하는 일반적인 장면이었단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그 장면이 없어도 스토리 흐름엔 전혀 지장이 없는 그런 장면이었다. 박형식은 그 장면을 무려 27번 촬영을 했단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진땀이 날 정도에요. 제가 아무리 연기가 서툴다고 해도 5~6번 혹은 10번 정도면 오케이가 나와야 하는데 계속 다시를 외치시는 거에요. 나중에는 제가 주눅이 들어서 울 뻔 했어요. 그때 저쪽에 소리 누나가 있어서 눈빛으로 누나한테 SOS를 쳤죠(웃음). 이미 제 호흡이나 연기는 사라진 뒤에요. 하하하. 뭐랄까. 촬영 현장에 저 혼자 버려진 느낌이었어요. 완벽하게. 물론 소리 누나한테 모든 설명을 듣고 다시 기운을 차렸죠.”
 
배우 박형식. 사진/UAA
 
현장에서 박형식의 멘탈 관리 담당이 문소리였다. 문소리 역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박형식이 당황할 때 마다 막내 동생 살피듯 그와 많은 대화를 했다고 전한 바 있다. 박형식은 촬영 초반 자신이 경험해 온 드라마 촬영 현장과는 전혀 달랐던 영화 촬영 방식에 애를 먹었다. 이런 모든 건 문소리의 조언으로 차츰 자신을 둘러싼 알을 깰 수 있었다고. 그래서 지금도 가장 고마워 하는 사람으로 문소리를 꼽았다.
 
진짜 누나 아니었으면 전 큰일 날 뻔 했어요(웃음). 누나가 그때 난 이창동 감독님 영화로 데뷔했다. 난 처음 30~40번은 기본이었다라며 지금은 감독님도 널 통해서 톤을 잡아가는 거다. 영화는 이렇게 작업을 한다라고 안심을 시켜 주셨어요. 다른 선배님들도 그때서야 제가 당황한 이유를 전해 들으시고 편하게 하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첫 영화이기에 기계적으로 작업에 임했던 점도 없지 않아 있단다. 아직은 서툴고 능숙하지 않은 모습이 어쩌면 박형식의 진짜 매력인지도 모를 일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서툴고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그런 모습이 영화 속 8번 배심원 남우와 잘 맞아 떨어졌기에 영화 역시 개봉 초반임에도 큰 호평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배심원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 궁금했다.
 
배우 박형식. 사진/UAA
 
진짜 영화에서나 봤었던 배심원이잖아요. 국내에서도 있단 게 우선 놀라웠죠. 만약 인간 박형식으로서 배심원을 해야 할 기회가 온다면? 전 차라리 200만원 벌금 내고 안 할 생각이에요. 확실하게 안 할 겁니다. 비록 영화였지만 누가 누굴 판단한다는 경험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영화 속 저의 대사인 모르겠어요그게 진짜 만약 그 상황을 맞이하면 제가 외치고 싶은 말이에요.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기회가 온다면? 전 절대 안 할 생각이에요. 어휴(웃음),”
 
오는 6 10일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로 입대를 앞둔 박형식이다. 이 곳은 박형식을 대중들에게 알린 진짜 사나이방송 시절 함께 했던 곳이기도 하다. 박형식 입장에선 군 입대라기 보단 좀 길게 촬영을 하는 진짜 사나이복귀 같은 기분일 것이다. 본인 역시 비슷한 느낌이라고 전한다. 다음 달 군 입대 전까지 자신의 첫 번째 스크린 데뷔작이자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 홍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배우 박형식. 사진/UAA
 
“’진짜 사나이시절에 가장 좋은 기억을 남겨 줬던 곳이에요. 기왕 할 군복무라면 나한테 좋은 기억을 준 곳에서 하자란 생각에 지원을 해서 합격했죠. 다음 달에 군에 입대하면 우선 인간 박형식이 되는 과정을 거쳐야겠죠. 군대에서 그 동안 연예인으로서 지내온 날 버리고 오롯이 나 자체로 지내는 시간을 즐겨 볼까 해요. 그렇게 잘 지내고 안전하게 군 복무를 마무리하면 또 절 반갑게 맞이해 줄 팬들과 즐겁게 인사를 나누겠습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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