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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금융홀대론은 현재 진행형
2019-06-26 08:00:00 2019-06-26 08:32:26
이종용 금융팀장
지난 24일 은행연합회 회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시중은행장들과 회동을 가졌다. 홍 부총리가 밝혔듯이 내달 3일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발표하는데, 금융권이 협조해줬으면 하는 핵심 사항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올 들어 경제부처 수장들이 금융지주사나 시중은행 CEO와 릴레이 회동을 벌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남을 정례화하기로 했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비슷한 자리를 석달에 한번 정도 모임을 갖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참석한 자리를 더하면 한 달에 한 번꼴로 회동을 가진 셈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유행처럼 번졌던 '금융 홀대론'이 무색할 정도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사 CEO의 회동에서 경제부처 수장들이 금융권에 강조한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금융권에서 일자리도 많이 만들고, 담보가 부족하더라도 성장력과 기술력을 보고 대출 지원을 더 신경써달라는 내용이다.
 
일련의 회동이 금융권의 요청에 따른 것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에서 먼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도 되는지 의견을 전달했고, 업계에서 부처 수장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CEO들을 수시로 소집할 경우 그들의 참석을 강제하는 셈으로 소통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정부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은행권은 물론 금융권 전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앞으로 예정된 정례회동은 금융사 CEO로서는 상당히 불편할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하반기부터 민간영역의 혁신금융과 포용금융 정책 효과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을 대상으로 자체 채용 인원과 아웃소싱 등 일자리 창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오는 8월 중으로 조사 결과와 우수 사례를 발표하고 다른 금융업권까지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식재산권(IP) 담보 대출로 대표되는 혁신금융 실적 평가도 진행된다. IP대출은 특허권이나 상표권, 디자인권, 저작권 등과 같은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자금 융통을 가능하게 하는 상품이다. 실적이 좋은 금융사 CEO는 어깨가 올라갈 것이고, 그렇지 않은 금융사는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이는 혁신금융을 외치는 정부의 의지와도 상반되는 행보다.
 
정부가 진정으로 혁신금융 정책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금융사가 스스로 고용확대와 자금지원을 이뤄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신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도록 지원해 그것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 정책에 잘 따른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은 겉으론 세련돼 보이지만, 줄세우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정부가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지 않고 다른 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통로로만 보는 게 아니냐는 게 '금융 홀대론'이다. 지금과 같은 일방통행식 정책을 고수한다면 민간 기업을 동원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 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금융 홀대론'은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종용 금융팀장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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