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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도입된다면…내집마련, 기다릴까 서두를까
시세보다 20~30% 저렴하지만 분양 급감할 텐데 무슨 소용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중심 서울 부동산…분양일정 차질에 공급부족 우려
2019-07-17 06:00:00 2019-07-17 06:00:00
[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분양가상한제 도입은 최대한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잘 준비하겠습니다."
 
1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청약시장이 분양가상한제 향방에 집중하고 있다. 높은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그동안 공공택지에 한했던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까지 확대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그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위주로 분양이 이어지던 서울 부동산시장에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건설사들은 물론 실수요자들의 혼선도 커졌다. 
 
분양가 높을수록 상승률도 높은 한국 부동산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5년 만에 다시 꺼내든 카드다. 지난 2005년 공공택지에 도입된 뒤 2007년 민간택지로 확대되면서 전면 실시됐지만 2015년 4월 민간택지는 '조건부 실시'로 바뀌었다. 2017년 11월 민간택지 적용을 늘리려고 완화된 조건을 만들었지만 아직까지 적용된 사례는 없다.
 
분양가상한제 취지는 긍정적이다. 신규 분양가격은 물론, 기존 주택가격도 잡겠다는 뜻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실제 분양가상한제가 확대될 경우 이들의 일반분양 물량이 시세보다 20~30% 낮은 분양가격을 형성할 걸로 기대된다.  
 
대출 없이는 엄두가 나지 않는 높은 집값은 서민들에겐 큰 장벽인데다, 현재 국내 부동산시장은 분양가격이 높을수록 입주 뒤 매매가격 상승률도 큰 실정이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이 아파트 분양가와 국토교통부에 공개된 전국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분석해봤더니, 아파트 매매가격은 당초 분양가격이 높을수록 분양가 대비 매매가격도 높은 걸로 나타났다. A아파트의 높은 분양가격으로 인해 주변 매매가격이 올라가고, 이것이 다시 A아파트 매매가격을 올리는 승수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2017~2019년 상반기 거래된 아파트 중(2015년 이후 분양) 분양가 대비 매매가격의 월평균 변동률은 수도권 9억원 초과가 11.1%로 가장 높았다. 수도권의 경우 6억~9억원 이하 5.8%, 3억~6억원 이하 3.0%, 3억원 이하 0.8%의 순이었다. 지방도 6억~9억원 이하가 5.4%를 보이는 등 분양가가 높은 순으로 상승폭이 컸다. 
 
 
낮은 분양가 장점…내집마련 급하다면 '공급부족' 대비해야
 
이런 상황에서 내집 마련을 꿈꾸는 수요자에게 분양가 상한선은 그 자체로 반가운 소식이다. 주택청약에서 당첨되기만 하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데 이를 꺼릴 이유는 없다. 꺼리기는커녕 '로또 당첨'으로 여겨질 일이다. 따라서 향후 몇 달 안에, 몇 년 안에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정책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신혼부부나 이사를 해야 하는 가구는 사정이 다르다. 정비사업은 구조상 일반분양 분양가가 낮아지면 그만큼 기존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진다. 즉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속도를 내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새로 나오는 아파트 숫자가 절대적으로 크게 줄어들 테니 분양가상한제로 가격이 내려가는 것도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건설사들이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기 전에 소위 '밀어내기' 분양에 집중하게 되면 공급부족 문제는 예상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도심에서 민간택지라고 하면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대표적이다. 분양가상한제의 부작용 중의 하나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데, 이 때문에 규제 전 분양을 서두르는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내 집 마련이 급한 수요자들은 이런 단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분양가상한제와는 별개로 '고분양가 관리지역' 분양가 심사기준을 강화하면서 상반기로 예정했던 물량 상당수가 이미 7월로 넘어온 상태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정한 고분양가 사업장 기준에 해당하면 분양보증이 거절되는 것. HUG의 '고분양가 사업장 해당 기준'은 지난달 24일부터 심사가 강화돼, 선분양 단지들의 경우 인근 단지와 비교할 때 기존 직전 평균 분양가의 110%이던 것을 105% 이내에서 결정하도록 변경됐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7월 이후 연말까지 서울에서 정비사업을 통해 총 1만1700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청량리역 롯데캐슬SKY-L65'(7월), 'e편한세상 백련산'(7월),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7월), '둔촌주공재건축'(연내), '흑석3자이'(연내), '장위4자이'(연내), '용두6래미안'(연내) 등이 대표적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부활 등 변수로 규제 강화 이전에 분양하려는 건설사가 늘어날 수 있어 집계된 물량보다 증가할 수도 있다. 후분양을 하더라도 규제를 적용 받기 때문에 분양을 늦춰봐야 도움이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4구역에 짓는 청량리역 '롯데캐슬SKY-L65'을 분양한다. 청량리 일대에 올들어 세 번째 진행되는 현장으로 오는 19일 견본주택 오픈과 함께 청약일정에 본격 돌입한다. 아파트 총 1425가구 규모로 오피스텔, 오피스, 호텔 등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단지로 조성된다. 청량리역 역세권으로 분당선 연장 등으로 인해 강남권 이동도 한층 수월해 졌다. 
 
대우건설이 동작구 사당동 사당3구역에 짓는 총 514가구 규모의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도 이달 분양을 앞뒀다. 4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이수역을 이용할 수 있고 서리풀터널이 개통되면서 강남 한복판으로 이동하기도 한층 수월해졌다. 
 
GS건설은 동작구 흑석동 흑석3구역에 1772가구,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에 2840가구 규모의 자이파트를 연내 분양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동대문구 용두동 용두6구역에서 1048가구 규모로 짓는 래미안 아파트를 연내 분양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분양 최대어로 주목받는 곳은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의 경우 후분양이 논의되는 등 연내 분양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된 이후로는 분양이 더욱 쉽지 않다는 점에서 올해 안에 분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분양가상한제로 서울의 신규 주택 공급에 근간이 되는 정비사업이 위축되면 2021년 이후로 서울 입주 아파트가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새 아파트의 희소성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내년부터 정비사업 신규 분양 물량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서울 입주물량이 줄어들어 공급 가뭄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분양가 일단 잡겠지만…장기효과 '옥신각신'
 
김현미 장관은 이날 정책질의에서 분양가상한제를 둘러싼 민심에 대해 "찬성이 55%, 반대가 25% 정도 되는 것 같다"면서 "찬성이 많지만 싫다고 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인 효과를 놓고는 찬반이 엇갈린다.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하면 매매가격이 안정될 수 있어 '찬성'한다는 쪽과, 가격 왜곡으로 오히려 분양 이후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우려하는 '반대'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직방 관계자는 "주변 아파트 가격이 고가로 형성된 지역에서 분양가를 통제할 경우 분양가와 매매가격의 차이로 인해 소수의 당첨자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정책적으로 다양한 주거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분양가상한제는 신규 분양주택의 가격 억제를 통해 주변의 기존 주택가격에도 하향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실제로 주택시장에서의 가격조절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분양이 줄어들어 주택시장에서 공급이 위축되고,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부각되는 도심 신규 주택들의 가격은 급등하는 등 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직접적인 가격통제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성규 건산연 연구원은 "수익이 감소하면 사업성이 추락하고 조합원 부담이 증가해 사업 추진은 사실상 어렵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급위축과 전매제한으로 분양주택의 희소성만 높이는 쪽으로 시장이 왜곡될 수 있는 만큼 분양가상한제는 공공에 한정하고 분양보증 심사는 본래 목적에 맞게 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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