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광대들: 풍문조작단’, 팩션 사극의 올바른 자세
세조 실록 속 실제 기록 ‘영화적 상상력’ 덧입힌 창작 스토리
기발하고 황당한 표현 ‘재미’ vs 무겁고 둔탁한 권력싸움 ‘대립’
입력 : 2019-08-19 00:00:00 수정 : 2019-08-19 08:11:5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올해 개봉한 역사 영화들이 유독 왜곡논란에 시달려왔다. 역사로 불리는 기록을 바탕으로 한 빈틈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려 버렸다. 단순한 호불호라기 판단하기엔 분명히 무리가 있었다. 역사란 사실이라고 확증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 사실과 영화가 담고 있는 창작의 경계선을 어느 정도에서 뒤섞는 가에 따라서 관객들이 받아 들이는 지점은 분명히 달라 질 것이다. 이런 개념을 전제로 출발하자면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영화적 재미와 역사를 기본 베이스로 한 팩션 사극의 활용성을 제시하는 좋은 예가 될 듯하다. 물론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선 분명히 호불호가 나뉠 듯하다. 앞서 언급된 역사 왜곡에 휩싸여 왔던 팩션 사극의 논란 범주와는 좀 다른 개념이다.
 
 
 
광대들은 실제 세조 실록에 기록된 기이했던 내용들을 기반으로 출발한다. 여러 역사 기반 팩션 사극과 비슷한 출발이다. ‘부처님이 현신했다’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란 기록은 정말 사실일까. 우선 실록은 당시 사관들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만을 기록한 것이다. 과연 정말일까. 이 의문과 질문에서 출발이 되는 영화다.
 
그 의문과 질문의 해답은 조작이다. 조선 시대 광대패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지금의 시대로 대입하자면 각종 사기술에 능한 들이다. ‘재담기획 연출에 능한 광대패 리더 덕호(조진웅), ‘만능 제작자홍칠(고창석), ‘음향 담당근덕(김슬기), ‘신통한 그림 실력자진상(윤박), ‘몸쓰는 재주꾼팔풍(김민석)광대패’ 5인방이다. 그들은 그 시절 최고 권력자 한명회(손현주)의 눈에 들어 세상의 민심을 조종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에 대한 민심이 날로 흉흉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계유정난주동자들의 입김은 이미 왕권까지 넘어섰다. 그들은 왕권의 정통성이 아닌 자신들의 정통성을 위해 민심을 움직이려 한다. 그 방법이 바로 없던 것도 만들어 내는광대패들의 재주였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나는 새도 떨어트리는 최고 권력자 한명회의 부릅뜬 두 눈에 광대패들은 목숨을 담보로 기적을 만들어 낸다. 극심한 피부병과 죄책감으로 날로 쇠약해지는 세조를 위해 광대패들은 하늘의 뜻이 세조와 지금의 공신들에게 있음을 조작한다. 임금이 지나는 길을 막고 있던 소나무의 가지를 들어 올리는 기적을 만들어 낸다. 속리산 법주사 2품송설화의 실체를 빗댄 영화적 창작이다. 회암사에 세조가 행차할 때에는 하늘에서 꽃비가 내린다. 이 역시 실제 실록에 기록된 내용이다. 당연히 광대패들이 조작을 해 하늘에서 꽃비가 떨어지게 했다. 회암사 인근에 도착할 때에는 부처의 현신이 등장하기도 했다. 물론 광대패가 조작했다. 모두가 조선 시대에는 상상도 못했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이뤄낸 가짜 기적이었다. 이들의 풍문 조작으로 인해 세조는 천륜을 어긴 임금에서 하늘이 내린 임금으로 변모한다. 민심이 요동을 쳤다. 그 민심은 계유정난을 일으킨 한명회 일파에겐 권력을 유지 시키는 새로운 동력이 된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한명회 일파의 조종에 따라 민심이 뒤흔든 덕호 패거리는 신분까지 면천 받는다. 조선 시대 가장 천한 집단으로 꼽히던 광대신분에서 어엿한 벼슬까지 얻게 된다. 덕호 패거리는 한명회의 최측근이 된다. 하지만 패거리가 분열된다. 계유정난 속에서 단종을 보필했던 사육신 중 한 사람인 성삼문의 수하에 있던 진상은 반발한다. 더 이상 덕호와 함께 하길 거부한다. 덕호 역시 혼란스럽다. 자신을 광대로 키워준 말보(최귀화)의 가르침에도 반발하며 더 이상 천한 신분으로 살기를 거부하는 덕호다. 그런 그의 눈에 자신들의 풍문 조작으로 백성들이 탄압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덕호와 그의 패거리들은 무언가 잘못된 것을 깨닫게 된다. 이제 그들은 마지막 큰 판을 위해 진짜 거대한 조작을 기획하게 된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광대들은 우선 흥미롭다. 조선시대란 시대적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각양각색의 조작 기술이 눈을 즐겁게 한다. ‘확성기’ ‘풍등’ ‘오색연막탄’ ‘거대불상’ ‘조명기’ ‘뜀박틀등은 지금의 그것과 비교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장치들이다. 물론 영화적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그럴 듯하다. 실록에 기록된 기적의 현상들이 실제로 이들의 조작으로 탄생된 결과물들이란 것 같은 느낌을 가져다 준다. ‘팩션을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끌어 들이는 감독의 연출력은 이 지점에서 관객들의 재미를 자극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충분한 수준이다.
 
시대적 배경을 고증으로 왜곡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분명 무리가 따른다. 최근 역사 왜곡 논란에 시달린 한 영화와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다. 상상의 잣대와 또 다른 가설을 진실로 주장하는 점은 이 영화와 그 영화의 분명한 차이점이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광대들을 연출한 김주호 감독은 2012 490만 관객을 동원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만든 연출자다. ‘서빙고 얼음을 턴다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출발한 스토리는 기상천외한 영화적 상상력으로 보는 재미를 자극시켰다. ‘광대들에서도 김 감독의 장기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팩션 사극에 대한 최근의 예민한 잣대도 충분히 피해간다. 하지만 호불호의 방식을 따지자면 충분히 섞이지 못할 두 이야기 축의 밀도 차이다.
 
광대 패거리가 펼치는 다양한 향연의 잔칫상과 달리 한명회 패거리가 구축하는 권력 투쟁의 스토리는 무겁고 둔탁한 정치 사극의 외피를 쓰고 있다. 왕권을 능가하는 한명회 패거리의 패악질과 기존 사극에서 보지 못했던 세조의 모습이 충돌한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광대 패거리들의 스토리가 외피로 점차 밀려나는 모양새로 흘러간다. 제목 자체가 광대들이고, 부제가 풍문조작단이다. 광대들이 주도하는 기발한 상상력의 풍문 조작 스토리가 뒤로 흐를수록 권력 투쟁의 도구이자 장치로 전락한다. 영화 전체의 주제이자 제목 그 자체인 풍문 조작의 생경한 표현력은 힘을 잃은 채 또 다른 스토리에 묻혀 끌려 가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명회를 연기한 배우 손현주의 압도적인 연기력과 존재감이 이 같은 모양새를 더욱 짙게 만든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관람의 포인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광대들의 재미와 흥미 지수는 분명히 다른 화학 작용을 일으키게 될 듯싶다. 분명한 것은 팩션 사극의 역사 활용 방식은 광대들이 제대로 짚어냈단 점이다. 개봉은 오는 21.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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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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